자격한정 트라이아웃 실력 평준화...흥국생명 개막전서 이재영 맹활약
▲ 지난 11일 열린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개막전에서 흥국생명의 이재영(오른쪽)이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해결사 역할을 하던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없는 2015-2016시즌 프로배구 여자부에선 토종 주포의 활약에 팀이 울고 웃을 전망이다.

1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개막전은 단 한 경기이기는 하나 새로운 흐름을 잘 보여줬다.

이날 흥국생명은 예상대로 이재영이 가히 '원맨쇼'에 가까운 맹활약을 펼쳤다.

이재영은 양팀 최다인 32득점에 공격 성공률 51.61%의 순도 높은 폭격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는 현대건설은 센터 양효진의 활용 폭을 높이는 배구를 들고 나왔다.

마땅한 국내 측면 공격수가 없는 팀 사정도 반영됐지만, 양효진은 블로킹 4개, 속공 3개, 시간차 13개 포함 26득점을 쏟아냈다.

지난 시즌 양효진의 세트당 평균 득점은 3.15점으로, 5세트 환산 시 15.75점이었다.

승부는 풀세트 접전 끝에 막판까지 폭발력을 유지한 이재영의 흥국생명 쪽으로 기울었지만, 국내 선수가 나란히 양팀의 팀내 최다 득점자로 기록된 것은 지난 시즌까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경험자'로 자격을 한정한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된 선수들답게 흥국생명 테일러 심슨과 현대건설 에밀리 하통이 비슷한 기여도를 보인 점도 주목할 만했다.

테일러는 27득점, 공격 성공률 33.33%를 찍었고 에밀리는 24점에 30.98%가 나왔다.

범실에서 테일러가 12개로 7개의 에밀리보다 많아 득실을 따져보면 거의 비등한 실적을 냈다.

이들은 낮은 성공률에서 보듯 접전의 승부처에서 '한 방'을 터뜨려주는 면모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장시간 랠리가 속출하면서 다소 황당한 '포지션 폴트'도 나왔다.

3세트 현대건설이 10대 5로 앞선 상황에서 공이 양측 코트를 15차례나 오가는 랠리 끝에 상대 범실로 흥국생명이 한 점을 따내고 기뻐했다.

접전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와중에 흥국생명 김수지가 힘차게 서브를 넣자마자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이 '서브 순서가 틀렸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원래 테일러 심슨의 차례인데 전위에 있어야 할 김수지가 서브를 했다는 것.

정확한 지적이었기에 이의는 받아들여져 점수는 11-6이 됐고, 흥국생명은 어렵사리 점수를 따낸 직후 허무하게 실점했다.

추격의 계기를 제 발로 걷어찬 흥국생명은 3세트를 잃어 세트 스코어 1대 2로 밀리며 5세트까지 가는 힘겨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나 올 시즌 여자배구는 국내 선수의 활약 증대, 외국인 선수의 역할 감소, 긴 랠리의 증가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