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는 조선시대 최고의 행정기관 이름이다. 오늘날의 내각의 전신이라고 여기면 된다. 국초에 고려의 제도를 그대로 계승해오다 1401년 태종이 즉위하면서 관제를 개혁하여 의정부를 두고 국정의 최고 행정기관으로 했다. 오늘에 이르러 그것이 지명으로 된 그럴만한 연유가 전해진다.

 의정부시가 좌정한 곳은 본디 한적한 마을이었다. 함흥에서 귀경하던 태조가 그곳에서 영접을 받았다. 가뜩이나 심경이 불편하던 태조가 아들을 보는 순간 부아가 끓어 활을 당기고 태종은 재빨리 피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제야 태조도 하늘의 뜻이라 인정 옥쇄를 돌려주었다. 그러느라 그곳에서 신하들도 잠시 정사를 의논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의정부라는 이름이 별명 처럼 붙게 되었다. 그러다가 1942년 양주면이 의정부읍으로 승격되면서 정식 지명이 되었다.

 그리고 의정부가 시가 된 것은 1963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수이북의 유일한 시여서 행정 경제 교육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런가하면 경원선과 평화로가 시가지를 뚫고 지나고 교외선이 갈라지는데다 43번 국도가 철원으로 이어지느라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다. 의정부는 옛부터도 한성4진의 하나요 함경방면의 관문이었다. 시가지 좌우로 도봉산과 수락산 천보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아늑한 느낌을 주고 중랑천이 남류 산세가 수려하여 인심이 중후했다. 이같은 형국을 동국여지승람에는 「세영이 하늘에 꽂힌 듯하다(三嶺揷天)」고 표현했다.

 그러나 어쩔수 없는 전방의 군사도시라는 굴레에 묶여 오랜 침체속에 발전이 외면되었었다. 최근에야 비대해진 서울의 외곽으로서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발전이 촉진되고 있다. 86년에는 수도권 전철의 연장으로 종로5가에서 버스로나 다닐수 있던 신세도 면했다.

 의정부우체국이 시를 상징하는 로고로 사모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사모란 옛 문무관들이 관복 차림에 쓰던 모자이다. 의정부시의 역사적 배경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다시 함경지방으로 마음껏 오가는 길목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