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사진가
▲ 최병관 사진가

시흥시 관곡지의 드넓은 연꽃단지에는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도 주차하는데 별 문제가 없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그렇다고 해서 별도의 주차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왕복4차선 도로에 양쪽으로 1개 차선에 주차하게 되는데 하루종일 주차를 해도 주차비가 없으며 교통정리원도 없다.

교통경찰 또한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오히려 질서를 잘 지키고 있으며 마음마저 편안하다. 또한 자유롭게 연꽃단지를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요즘 관곡지는 연꽃세상이다. 새벽부터 몰려온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특히 평일 오전에는 칠팔십 대 노인분들이 다수다. 이제 우리나라도 고령화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카메라를 비롯해서 관련 제품들이 모두 외국산이다. DSRL 카메라(디지털 렌즈 교환식 카메라)와 관련 제품들을 합치면 수백 만 원대의 고가품에 해당한다. 게다가 소품까지 모두 장만하려면 꽤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우수한 국산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산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노인분들은 노년의 삶을 멋지고 우아하게 살고자 하는 분들이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내려는 그분들이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주역이다. 자연을 찾아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아주 좋은 취미생활이다. 노인분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갈 때 세상이 밝아진다.

노년을 건강하고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취미생활 중에서 사진 찍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보면 자연의 소중함을 스스로 공부하게 되며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또한 노인들이 건강해서 병원갈 일이 없어지면 가정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을 찾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의료비도 줄어드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10여 년 전, 나는 일본의 유수 대학에서 일본의 노인들을 상대로 사진과 관련해 2회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수강자들 다수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진동호회를 만들어 직접 찍은 사진들로 매년 전시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면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새파란 나보다 더 건강하게 보이는 노인들을 바라보면서 일본의 막강한 힘이 어디서 분출되는지를 짐작케 했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터인가 DSRL 카메라로 사진 찍는 노인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좋은 현상이다. 게다가 휴대폰의 눈부신 발달로 사진을 찍는 게 일상화되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사진관련 단체나 교육기관에서는 노인분들에게 사진 찍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진 찍을 때의 매너와 각자의 신체조건과 경제능력에 맞는 카메라 구입방법을 함께 교육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우선순위에 'DSRL 카메라와 관련 제품 개발'을 중요 목록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령화시대의 주 소비자가 노인분들이며 전 국민이 사진작가라 할 만큼 사진에 관심이 많은 나라에서 카메라와 관련 제품이 외국산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일본은 세계2차대전 당시 독일에 스파이를 보내 광학 기술을 훔쳐와 꾸준히 개발을 해 전 세계 카메라 시장을 장악했다. 광학 기술이 매우 어렵다고는 하나 우리민족은 못할 게 없다.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최병관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