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조례안 처리 '이중적 행태'
필리버스터 원천봉쇄 '시의회 운영 개정안' 가결 … '시의원 공무국외활동안'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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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회가 지난달 23일 문화복지위원회가 인천관광공사 안건을 처리하지 않기 위해 행사했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filibuster)'를 앞으로 원천 봉쇄하기 위한 조례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현안에 반발하며 안건처리를 방해하자, '여당독주' 체제를 공고하게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의원의 외유성 해외출장을 엄격하게 사전심사하는 조례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유 없이 보류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시의회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원안으로 가결했다. 이 조례안은 상임위원장이 개회 혹은 의사진행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경우, 부위원장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손철운(부평 3) 의원은 "지난달 관광공사 안건 심사 과정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지 못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종합 심사하는 일이 벌어졌다"라며 "민주적 의사여건 조성을 위해 원안의결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신은호(부평 1) 의원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거부와 기피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건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 조례안은 야당의 필리버스터 행사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한구(계양 4) 문복위원장은 "시 집행부와 새누리당 의원들이 긴급하다며 의사일정에 없는 관광공사 조례와 출자동의안을 발의하려 한다. 사전 협의 없는 발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라며 정회 후 개회하지 않았다.

이번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이러한 필리버스터는 앞으로 불가능하다. 소수 야당으로서는 여당의 일방통행식 안건처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상임위원장이 회의를 열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협의를 통해 풀어갈 뿐, 강제로 부위원장(간사)이 회의를 대신 여는 조항은 없다.

반면 자신들의 해외여행을 철저하게 심사하는 조례안에는 '관대'했다. 운영위는 이날 '인천시의원 공무국외활동에 관한 조례안'을 보류했다. 이 조례안은 해외출장에 앞서 '공무국외활동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여행의 필요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회성·외유성 해외여행을 막고, 꼭 필요한 출장만 다니자는 뜻에서 발의된 조례안이다.

의원들은 이 안건을 처리하기에 앞서 정회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쳤다.

이 회의에 참가한 한 의원은 "심사가 과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타 시도에도 이런 규정이 없다"라며 "논의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위는 개회 후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새누리당 오흥철(남동 5)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잘해보자는 뜻에서 안건을 처리한 것"이라며 "공무여행조례는 앞으로 논의를 더 해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