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59분' 전국 유일 11시간 이하 … 출퇴근·업무시간 최고 수준
직장인 이현진(34·서구)씨에게 하루 평균 수면시간을 묻자, "평일에는 6시간도 못 자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씨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다. 버스가 붐비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7시 전에 집에서 나서야 한다. 잦은 야근 때문에 저녁 9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다. 출근길 집에서 나서고 꼬박 14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잠들기 전까지 김씨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남짓. 육아나 개인 시간 등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김씨는 "아침에 일어날 생각을 하면 일찍 잠들어야 하지만, 개인 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 그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인천 시민들의 출퇴근과 업무 시간은 전국 최고 수준인데 반해, 잠과 식사 등 기초적인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루 24시간 동안 업무 관련 비중이 높은 시민들이 퇴근 후 연애와 육아, 여가 생활 등을 즐기기 위해서는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지역 20세 이상 시민의 평균 노동 시간은 3시간34분으로, 전국에서 경남(3시간37분) 다음으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비슷한 생활권에 있는 서울은 3시간9분, 경기는 3시간29분으로 인천보다 낮았다.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0세 이상 인구의 전체 노동시간을 인구 수와 날짜로 나눈 수치를 뜻한다. 평일 하루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인천 시민의 출퇴근 시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출퇴근으로 평균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26분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길었다. 서울이 1시간32분으로 가장 길었고 경기 1시간28분, 그 다음이 인천 순이었다.

인천 시민들은 과중된 업무와 유독 긴 출퇴근 시간에 시달리지만 남들만큼 교제하고, 가정 관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인천지역 평균 '교제 및 여가활동'은 4시간34분, '가사노동' 1시간27분,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26분 등으로 전국 평균 수준으로 조사됐다.

업무에 시달리는 인천 시민들이 그나마 여가 생활 등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잠과 식사 등 기초적인 생활을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천지역 개인유지(잠·식사 등) 시간은 10시간59분으로 나타났다. 16개 시·도 가운데 개인유지 시간이 11시간 대 아래인 지역은 인천이 유일하다. 전북이 11시간32분으로 가장 길었고, 대전(11시간28분), 충북·전남(11시간23분) 순서로 조사됐다. 전북 시민들은 인천 시민보다 매일 33분 가량 수면과 식사에 더 공을 들이는 셈이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