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필 시인·수필가

우리나라 섬은 3,157개다. 그중 464개가 유인도다. 지역별 분포는 남해안에 79%가 몰려있고, 서해안과 동해안에 각각 18%, 3%다. 어떤 섬에는 노인 혼자 살다가 돌아가시거나, 또는 자식이 모셔 가면, 다시 무인도가 된다. 그래서 행정기관의 오락가락하는 고무줄 통계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게다가 북한에도 1045개의 섬이 있어서 남·북한 합하면 4202개의 도서가 있다.

이처럼 섬들이 많은 이유는 오래 전 산들의 지각변동과 화산활동으로 인하여 생성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섬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로 2만개, 이어서 필리핀은 1만, 일본 8000, 한국 4000개다.

국제법상으로 섬의 정의는 "사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밀물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역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다시피 한반도의 동쪽 끝은 독도다.

행정구역상으로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에 속한다. 고문헌상으로 삼국시대부터 울릉도에 부속된 섬으로 기록되어 있고,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지하 심부의 마그마가 지표상으로 분출, 수차례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됐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우리의 고유영토이고, 뚜렷한 역사적 근거가 있으며, 아울러 동해바다를 지키는 수호신 같은 상징성을 띤다.

그런데 일본은 힘의 논리로 끊임없이 자국의 땅이라고 억지주장을 쏟아내면서, 국제적으로 문젯거리로 띄우고 있다. 속내가 훤히 보인다. 사실상 안하무인격 태도는 분노와 증오심을 부채질한다. 우리 연구진에 의하면 독도근처 해저에 묻혀있는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의 규모는 앞으로 30년 동안 쓸 수 있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150조원을 웃도는 에너지원이라고 밝혔다.

또 남쪽 끝은 제주도 마라도다. 더 멀리는 전설 속의 이어도는 해수면 밑으로 4.6m정도 잠겨있는 수중암초다. 국제법규상 자국 EEZ(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근거로, 우리 기술로 2003년 6월에 해양과학기지를 준공했다.

따라서 태풍의 진로나 어족자원의 관리, 지구의 기온변화 등에 관한 여러 자료를 수집하여 유익하게 활용한다. 더불어 이어도는 태풍이 오는 첫 길목에서, 최남단을 지키는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는데, 올 들어 이것마저 중국 외교부에서 "동중국해 북부의 수면 아래에 있는 암초"라면서 "여기서 이뤄지는 한국 측의 행동이 아무런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양국이 진지한 논의와 협력을 거쳐 윈윈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또한 서쪽 끝은 충남 태안군에 속해 있는 무인도인 '격렬비열도'가있다. 그곳에 있는 3개 섬이 마치 의좋은 3형제처럼 끈끈한 혈육의 정을 나누면서 영해와 영토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예부터 조기 잡어 등 황금어장으로 알려지면서, 어부들이 목선에 생명을 담보하고 수 백리 뱃길을 달려갔던, 애환서린 치열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내서 가장 오래된 화산섬으로써 지리적,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보다는 중국 산동반도가 더 가까워서, 뒷날 어떤 트집거리를 들고 나올지 지레 겁부터 난다. 그럼 북한의 서쪽 끝은 어딘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곳은 '마안도'다. 바로 비단 섬 앞에 있는 작은 섬으로써 북한은 50~60년대부터 마안도 주변 섬들을 개발하여 포괄적으로 '비단섬'으로 불러지고 있는데, 면적은 약 64㎢로써 여의도 면적 7.7배에 달한다. 섬 안에 널따란 농토가 펼쳐져 있고, 주위에는 갈대가 무성하다. 북한에서 가장 큰 섬으로 '신도군'을 새로 설치했다. 이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인 압록강이 서해와 만나는 입구에 위치한다.

압록강 건너 이성계 장군이 정벌하려 했던 중국 요동이 코앞에 있다. 그런데 비단 섬에서도 '하천관리문제'를 놓고, 북·중간 영유권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실제로 대륙과 해양 세력의 주장으로 한반도는 만성적인 피로감에 젖어있다.

근래 들어 여러 국가에서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섬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인공 섬을 만들고 있는 것은 영토 확장을 위함이다. 비근한 예로 중국 남지나해에 중국 베트남 필리핀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섬을 만들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두바이 한국 등에서도 기존의 섬을 넓히고, 암초를 중심으로 새로운 섬을 조성하며, 또 여러 개 작은 섬을 연결시켜 커다란 섬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가경제를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자국의 영토 확장을 구실삼아 이웃의 영해를 침범하여, 국가사이 분쟁을 야기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다. 국가의 탐욕이 충돌하면 참혹한 전쟁으로 비화되기 때문이다. /박정필 시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