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거기, 지방방송 좀 꺼'

서울과 지방, 상사와 후배, 교사와 학생처럼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말이다. 인천시민들은 지역 신문과 방송을 통해 지역 정치 현안과 시정소식, 재정위기 같은 지역사회 이슈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역의 신문과 방송은 인천시민에게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이다.

특히 OBS 경인TV는 지금은 부천에 위치하고 있지만 OBS의 전신인 iTV는 인천 남구에서 개국하였고, 2013년 인천시와 MOU를 맺고 계산동 터미널부지로 본사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OBS는 시청자가 직접 만든 영상으로 작은 영화제를 만들어주는 '꿈꾸는 U', 우리 동네 골목골목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오늘은 경인세상', 인천·경기 지역이슈를 주로 다루는 '이슈&이슈', '경인투데이', '경인뉴스라인'을 편성하고 있다. 지역 방송이기에 가능한 편성이다.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경기지역 시민사회 관계자도 참여하고 있는 시청자위원회는 더 많이, 더 구석구석 지역의 소식을 담기를 회사 측에 제기하면 '경영난 때문에 사람이 부족하다, 현장에 내보낼 기자가 없다…' 는 것이 늘 듣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 취재를 못한다는 회사가 택한 경영난 해소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리해고였다.

다행히도 OBS 노사는 지난 22일 'OBS 위기 극복과 노사 상생을 위한 특별합의서'를 체결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서 임금 10%를 반납과 1년간 호봉을 동결하고, 회사는 정리해고를 철회했다.

왜 이렇게 OBS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게 되었을까? 방송시장에서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밀린 것일까? 아니면 방송제도의 문제에 기인한 것인가?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에 의무재송신을 통한 전국방송, 황금채널 배정, 방송발전기금 면제 등 각종 특혜를 베풀었다. 반면 OBS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12년 미디어렙 도입 당시 기준과 원칙 없이 OBS에 대한 광고결합판매비율을 정하는 바람에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지난 5월27일에 인천·경기지역 시민단체와 언론단체로 구성된 'OBS 생존과 시청자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방통위에 100% 자체편성과 40%대의 자체제작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OBS의 광고결합판매비율을 자체제작에 따른 인센티브제를 실시하라고 촉구하였다.

OBS의 지난해 광고매출액은 251억 원이다. OBS의 전신인 iTV의 10년 전 광고매출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광고결합판매비율을 고시로 정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도적 살인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핵심 주장이다.

자체제작에 따른 결합판매 비율 인센티브제는 지역·중소방송사의 자체제작을 견인하고, 지역성을 높이는 지역방송 진흥정책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역성 높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정책이란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지역방송으로서 핵심적인 정체성인 '지역성'을 지키기 위해 이를 수행하고 있는 OBS가 이런 인센티브는 받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더군다나 이런 인센티브제도가 방통위가 이번 고시를 위해 발주한 '지역·중소 방송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송광고 지원 방안'의 최종 용역결과의 개선방안이라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6월 방송광고 결합판매고시 개정을 위해 지금 한창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OBS 위기를 초래한 방송통신위원회가 OBS 위기해결의 칼자루를 잡고 있다. 그 칼자루를 '지방방송 꺼'라고 휘두를 것인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상생의 정신을 발휘한 OBS 노사의 기대에 응답할지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인천시민들은 OBS가 하루빨리 경영정상화 되고, 인천에 이전하여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국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