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사업소 가는 길(15)

글 서동익

그림 문형렬 『안녕하십네까? 3사단 민경대대 경리사관입네다. 기억하시갔습네까?』

 『알구 말구요. 기렇찮아도 우리 사업소가 이번에 민경대대 량곡을 준비해야 된다는 전갈을 받고 걱정은 하고 있시요만.』

 수급과 지도원은 얼른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쪽 사정은 지도원 동무로부터 잘 들었습네다. 다섯시에 전기 들어온다니까니 그때 바로 수령할 수 있게 조치를 좀 취해 주시요. 그리고 이건 지배인 동지께 드리는 우리 민경대대 동무들의 성품입네다. 누가 보기 전에 날래 받아 주시라요.』

 사관장이 손가방에서 군용 과일주 한 병과 담배 20갑을 꺼냈다. 사단 정치위원들이 피우는 려과담배(필터가 붙은 고급담배)였다. 양정사업소 지배인은 금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 귀한 것을… 이건 수령님께서 친히 전방 정치위원들께 내리시는 하사품이 아닙네까?』

 『기렇시요. 식량공급사업은 전연지대 군관들과 하전사들 사기에 바로 련결되는 현안문제라 사령관 동지나 사단 정치위원들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십네다. 기사장 동지한테도 잘 리해시켜 주시라요.』

 『좋소. 전기 들어오면 특별히 신경쓰라고 할 테니까 그때까지 좀 쉬기요.』

 『그보다 우리 민경대대에 이쪽 전기사정을 전화로라도 좀 알려 주시라요. 기럼, 마음놓고 다음 일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네다.』

 『기렇다면 날래 전화나 련결시키기요.』

 사관장은 지배인이 부대장과 통화를 할 수 있게 전화를 연결시켜 주고 밖으로 나왔다. 문 밖에 나와 서있던 지도원이 친근감을 보이며 다가왔다. 사관장은 지도원의 귀를 빌려 나직하게 말했다.

 『지난번에 싣고 간 식량은 마대 당 한두 키로씩 빠지는 것들이 많습데다. 이번에는 저울질 제대로 해달라고 일러 주시라요.』

 『지난번에 몇 키로짜리 마대로 실어 갔습네까?』

 『50키로(㎏) 들이였소.』

 『저울질은 제대로 해도 수분이 증발하면 그 정도 차이는 날 수가 있습네다.』

 『어허! 가을에는 수분 관계로 차이가 날 수 있디만 겨울용 알곡은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시요. 내레 식량공급사업은 10년 넘게 했으니까니 피차 싫은 말은 그만 하시라요.』

 수급과 지도원은 더 이상 딴 말을 늘어놓다가는 불리하겠다 싶었는지 양보의 기색을 보였다. 사관장은 오후 다섯 시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수급과 사무실을 나왔다.

 『출고지도서는 지배인 동지 결심 받아 준비해 놓갔습네다.』

 지도원은 문밖에까지 따라 나와 배웅해 주었다. 사관장은 화물차 곁으로 다가갔다. 인구는 그때까지 적재함에 앉아서 옷 보따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관장은 인구에게 보따리를 내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