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
▲ 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

올해도 어김없이 마뜩잖은 '스승의 날'이 돌아왔다. 1958년 충남 강경여고에서 스승의 은혜를 기린다는 취지의 행사를 한데서 비롯된 '스승의 날'을 5월 15일로 정한 것은 민족의 위대한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삼은 까닭이다.

1963년에 '스승의 날'로 제정되어 해마다 계속되다가 1973년부터 10여 년 동안 폐지되었는데, 학부모들의 '촌지(寸志)'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었기 때문이었다. 1982년에 부활되어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하루를 아예 휴업하기도 하고, 수업을 하더라도 '스승의 날' 행사를 갖지 않는 학교도 있는가 하면 소풍이나 현장체험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어떠한 선물도 받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고, 선물은 물론 음식물, 꽃 등도 일체 받지 않겠습니다. 직접 주시거나 택배 또는 우편으로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그 즉시 택배를 통해서 가정으로 반송을 할 것입니다"란 내용의 대동소이한 가정통신문을 가정에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학교 문을 닫고자 하겠는가? 이렇게 처참하게 상처받은 '스승의 날'이 또 돌아왔다.

일찍이 당(唐)의 문장가 한유는 <사설(師說)>에서 "옛날에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스승이 있었으니, 스승이란 도(道)를 전해주고 학업을 전수시켜 주고 의혹을 풀어주는 까닭이다."라 했다.

또 같은 글에서 "스승이 문장의 자구나 구독을 밝히는 데만 전념하고, 생각과 행동을 바르게 지도하고 의혹을 풀어주는 데 소홀히 한다면 어찌 스승의 소임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하였다. 이는 참된 스승은 제자들의 덕성, 지성, 인성을 다 같이 중요시해서 지육(智育)과 덕육(德育)을 통해 전인적 인격자로 교육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훌륭한 인격자나 덕성을 지닌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보다는 어느 분야에서건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만은 좋은 교육 환경에서 실력 있는 교사의 지도를 받아 최고의 엘리트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고매한 인격을 갖춘 스승보다 실력 있는 스승이 자녀를 지도하기를 원한다면 이는 교육 본연의 목적이 뒤바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인성은 저절로 길러진다는 사고방식도 큰 문제다. 그렇다고 학부형들의 욕구에 부응하여 교사들이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 한다면 교사는 한낱 지식 전달자로 전략하고 말 것이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모든 이의 귀감이 되어 존경 받아오던 스승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선생은 있으나 스승은 드물다"라는 말이 단적으로 이를 말해주고 있다. 교육에 종사하는 한사람으로서는 매우 서운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스승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불편한 진실이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러한 세태는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사제제(師師弟弟)'란 말이 있다. 스승이 스승다울 때 제자다운 제자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제자들이 먼 훗날 찾아와 정말 기억에 남는 스승이었다고 대접해 줄 때 교사는 힘이 되고 희망을 갖게 된다.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 에서도 긍적적인 사고와 낙천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큰 스승이 되기 위해선 꾸준한 자기개발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나라의 청소년을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장래가 좌우된다. 이와 같이 국가 발전에 막중한 책임을 담당한 사람이 바로 선생님 즉, 스승인 것이다. 교사의 희생 없이 나라는 바로 설 수 없고, 교사의 희생 없이는 우리의 앞날에 희망이 없다. 교사들이 마음 놓고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와 환경, 제도적 분위기가 하루 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