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필가

한때 잘 나가던 종이 신문이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그 영광과 위세를 상실하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과거 오랫동안 만끽했던 꿀맛을 잊을 수가 없었던 종이 신문들이 MB정권 때, '조중동, 매경'에 종편을 허가하여 줌으로써 2011년 12월에 출범하게 됐다. 따라서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휴게소, 식당, 다방, 편의점, 병원 등에 종편방송 채널을 온 종일 틀어 놓고 있다.

사실상 종편방송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정치 평론가들이 춘추 전국시대 백가쟁명을 방불케 한다. 한편 사회 일각 선 종편 예능프로가 지상파보다 인기가 있어, 점점 시청률이 오르고 있단다. 그런데 문제는 종편의'정치 토크'가 그 내용면에서 저급성과 정치적 편향성에 때문에,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채, 냉소주의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보면, 정치 평론가 3-4명이 둘러앉아서, 여당은 추켜세우고, 야당은 깎아내리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도 정치에 대한 비판수준도 높아졌고, 나름대로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어, 핵심을 너무 빗나가게 되면 식상해한다. 이런 방송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되고, 또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언론의 사명은 비판성이다. 그것은 공정성 객관성 사실성에 바탕을 두고, 진면목을 보여주게 되면, 국민의 인기를 독차지 할 것이다. 반면 종편언론이 시청자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와 욕설, 비속어 등 질 낮은 방송으로 언론의 품위를 추락시키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다. 아울러 우리문화를 아름답게 가꾸고 지키는데, 선도해야 할 사명과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것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항간에는 종편이 특정 정당의 홍보도구가 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만약 "종편이 너무 보수 성향에 치우치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윤성옥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MBN 등 종편 4가 공정하고 균형감각을 상실했다"는 부정적 견해를 이미 내놨다.

시청자들은 건전한 비판과 공정한 방송에는 지지를 하지만, 의도적인 왜국과 과장 방송은 거센 반발과 배척을 당하게 된다. 이제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교육수준이 높기 때문에 상당한 정치적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종편이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주지 못한다면 외면당할 것이다. 비근한 사례로 지난 4월29일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이 내년 총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총력전을 폈다. 그런데 종편의 정치 평론을 보면, 사전에 입을 맞추기라도 하듯, 일관되게 야당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질 했다.

야당 문 대표께서는 성완종 게이트'가 뜬금없이 튀어나오자 박근혜 정부의 부패비리를 심판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으나, 국민정서는 등을 돌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패배 결과를 두고도 비판 강도가 높다.

진짜 그런가. 하지만 그들은 정확한 분석에는 소홀했다. 뜯어보면 통찰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피상적 견해이다. 또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야당엔 호재였고, 여당엔 부담이 된 선거였지만, 그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진영논리는 깰 수가 없었다. 또 투표율 34%으로 성패 결과를 놓고, 지나치게 왈가왈부를 하지만, 그게 전체의 민심은 절대 아니다.

사실상 야당은 서울 관악구에 선, 어부지리를 시켜주었고, 성남중원은 인지도 낮고, 좀 무게감이 덜한 후보를 냄으로써 실패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한마디로 리더의 전략부재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지금 야당의 내홍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반성과 성찰없이, 서로가 "내 탓은 없고, 네 탓이다"며 핏대를 세우며 삿대질 하는 것 자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가 감정이 더 격해지면 분당의 가능성도 비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는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건강한 국가를 발전시킨다.

우리 국민들은 완패한 야당에도 격려와 위로를 해주는 여유를 보여주자. 하지만 구태를 재연시키고,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백번 선거해도 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선거 패인에 대해서 혹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보수 세력의 이념적 결속력, 기득권의 단결해 주고 과 네트위크, 많은 영남인구, 대규모기업, 언론사, 연구소, 국가권력기관, 경제력 있는 민간단체와 관변단체, 보수적인 학회와 지식인사회 등 이 있기 때문이란다" 필자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의 근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패배의 쓴맛은 지속될 것이다. 마땅히 비판 받아야할 사람을 비호하고, 잘못 된 것을 덮어주려고 애쓰는 태도는 오히려 야유와 조롱감이 된다.

언론학자들은 종편이 거대자본으로 공룡처럼 몸뚱이를 키운 채, 기득권의 대변만 하지 말고, 시민의 작은 소리도 듣고, 약자의 이익보호에도 앞장서기 바라고 있다. 향후 우리사회 속에 종편이 건전한 언론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날이 오면, 우리 국민으로부터 애정과 신뢰를 듬뿍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