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필가

"당신은 부모님께 효도하고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끄덕끄덕 고갯방아를 찍는 사람보다는, 절레절레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효도는 자식의 도리입니까? 라고 ○×로 묻는다면, ×를 선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누구든지 부모효도에 대한 인식도가 높다. 만약 '부모효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 상태를 의심해 볼 일이다. 더불어 현대사회는 효도의 개념과 방식도 달라졌다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다.

올 5월에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등장 한다. 왠지 공휴일이 아닌 게 아쉽다. 자식들은 잠시간 망각해 버린 부모님 은혜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누구나가 어버이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을 가슴 깊이 간직하면서도, 그 은혜에 보답하기는 그다지 쉽지가 않다고, 흔히 고백한다. 특히 우리사회가 산업화·도시화·정보화·세계화 시대로 급변함에 따라 사람들 중 대부분이 팍팍하고 고된 삶을 살아왔기에 부모님에 대한 관심이 다소간 소홀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당국에서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고취시키고, 확산을 위한 노력과 복지정책에도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인간에게는 청춘이 정지된 게 아니라, 쏜살같은 세월에 등 떠밀려 어느덧 노인이 되는 게 섭리이다. 실제로 인간이 길지 않는 생존기간 동안 가족이란 이름으로 3대가 살아간다.

해마다 '어버이날'에는 각 가정에서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와서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선물과 맛있는 음식도 사드리고, 효도관광도 시켜드린다. 하지만 80살 넘으신 부모님은 곁에서 마땅히 친구해 줄 사람이 없어서 고독하다. 요즘 세태는 부모님을 직접 모시지 않고 양노원에서 같은 또래들과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해드린 것도 효도의 한 방편이다.

돌이켜보면 손자들이 어릴 때 할아버지가 "등이 간지럽다,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긁어드리고, 양쪽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드렸지만 지금 아이들은 '효자손과 파스'를 갖다드린다.

그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가 옛 날 이야기를 들려주려하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 이라고 듣기를 거부하면서 TV 앞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만화가게로 달려간다. 이처럼 아이들이 조기 학습으로 인해 사고력과 인지력이 발달하여, 어른들의 어린 시절 가치기준으로 판단하면 낭패다.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만의 전통적 효도문화를 무조건 지키는 것 보다, 외래문화도 받아드려 실정에 맞게 수정하여, 이롭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사회가 농업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돼, 산업 노동자로 변모했다. 이처럼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동시에 경제의 중심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이전된 산업사회를 형성했다.

또한 산업사회는 지역 공동체의 영향이 약해지고,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특징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모와 자식들 간에도 괴리감이 생겼다. 향후 부모들은 자식에게 과도한 의존성보다는, 스스로 자립심을 키우고, 노후대책도 고민해 봐야한다.

오늘날 '효도문화'가 차츰차츰 시들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효도는 자식의 도리며 의무다. 우리 이웃에서 보듯이, 누구든지 효행하면 자손들도 입신출세하고, 사업도 성공하여 행복을 누린다. 반면 불효자는 늘 불운이 겹치고,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여 고통을 겪는다. 그 이유는 패륜에 대한 인과응보가 아닐까. 일찍이 공자님께서도 불효보다 더 큰 죄악은 없다고 인류에게 교훈을 주었다.

실제로 인간만이 향유해 온 최고의 가치인 효도는 만복의 근원이기에 인간생활 속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부모님을 섬기지 않으면, 나 역시 자식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게 된다는 게 세상의 이치다.

한편 필자는 초교 6년 시절, 부친과 영별했기에 효도 한번 못해본 게 가슴에 통한으로 남아, 그리움이 뼈에 사무친다. 이런 아픔을 달래기 위해, 오래 전 써놓은 '사부곡' 시편을 꺼내어 가끔씩 음미해 본다.

<어릴 적/ 잃어버린/ 뼈 조각/어딘가/ 환희 웃으시며/존재할 것 같은/피 속에 스민 그리움/바람처럼/보이지 않고/별같이/초롱한 상념하나/늘 가슴을 흔든다/ >

-필자의 시 '아버지' 전문-

사실상 인간에게는 부모님은 살아있는 위대한 신이고 하나님이며,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또한 포근한 안식처이고, 영원한 고향이다. 게다가 양친께 최대의 찬사는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이다. 진정성 띤 이 한마디에도, 부모님은 감격스러워하고 기뻐하신다. 이 또한 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