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
▲ 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

"요즘 중2가 제일 무섭다면서요?", "북한군이 못 내려오는 이유가 중2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면서요?", "중2병은 나라님도 못 고친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중2병은 무얼 말하는 건가요?", "중2병, 중2병 하는데 중2병은 정말 병인가요?"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전국 10만2141명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위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청소년 폭력 10건 중 7건은 중학생이 가해자였다. 2008~2010년 전국 초·중·고교 폭력사건도 전체 2만2241건 중 1만5311건(69%)이 중학교에서 발생했다.

이런 통계 수치가 말해주듯 부모들은 중학생 자녀와의 대화 및 양육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부모들의 사춘기보다 격동적이고, 누나·오빠들의 청소년기보다 훨씬 과격한 중학교 시절을 보내는 요즘 아이들을 두고 '중2병'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중2병'이란 신조어는 일본의 한 라디오 방송이 '중학교 2학년 시기에 주로 하는 행동'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용한 단어를 여과없이 차용한 것이다.

'중2병'은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청소년들이 자아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불만, 일탈행위 등을 일컫는 말이다. 수능 등 입시 부담이 큰 고교생이나 신체적으로 미성장한 초등학생과 달리, 중2 학생들은 신체 발달이 왕성해 안하무인, 적반하장 격의 폭력성이 극대화되고 '아는 척', '강한 척', '센 척' 등의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선생님과 부모님을 철저히 무시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기 쉽다.

일선 교사들도 "중학교 2학년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학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2가 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아무리 말로 타일러도 꾸짖어도 안 되는 정말 대책이 없는 학년이다"라고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폭력이 나쁘다는 의식도 없고 감정 조절 능력도 부족해 사고가 많이 나는 까닭에 많은 교사가 담임 맡기를 기피해 학교에서는 해마다 중 2학년 담임교사 모시기(?)에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2병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는 증상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2학년 병(sophomoric illness)'이란 말이 있다.

최근엔 유독 감성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우울증에 걸린 듯한 사춘기 10대들을 가리켜 '이모키드(Emotional Kid의 준말)'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모키드들은 자신이 얼마나 우울하고 힘든지 블로그에 알리고 자해를 자랑으로 여긴다.

이들의 우울증이 심각해지자 CNN 등 미국 주요 매체는 이모키드 현상을 사회문제로 다루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열망이 강한 청소년기를 가리켜 '질풍노도(Sturm und Drang)의 시기'라고 표현한다.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과 상상력, 반항심과 허세가 최고조에 이르는 '중2병'은 '병'이라는 단어를 담고 있지만, 실제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질병이나 정신 질환이 아니라 대다수 중학생들이 한 번씩 앓고 지나가는 홍역과도 같은 것이다. 경쟁과 입시지옥에서 탈출구가 없는 아이들이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되는 게 요즘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나, 꽉 막힌 세상에서 친구에 대한 폭력으로 치기를 분출해 낼 수밖에 없었던 중2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런 자녀의 변화에 당황해 무조건 꾸짖기보다는 꾸준한 대화를 통해 자녀가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야단치는 것은 자녀의 방황이나 부모와의 갈등 같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잘못이 있다면 '최고가 돼야 한다'며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사회로 내몰면서 아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에 귀 기울여 주지 않은 어른들에게 있지 않을까?

'중2병'은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나타나는 '마음의 성장통'일 뿐이다. 즉 대다수 사춘기 청소년들이 다 겪는 일종의 '신드롬' 같은 것이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훌륭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해주자. 중2인 우리 아이들과 공생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맞장구치며 기다려주는 일이다. '중2병' 아이들 모두 우리가 품어야 할 소중한 우리의 자녀다. /기원서 송도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