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행정학 박사

경제성장과 환경은 상호 이율배반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서로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은 상극 관계로 비춰지고 있다. 또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상호 보완적 속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환경이 경제활동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로 부상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세계적인 대세인 가운데에서 환경은 단지 부가적인 변수로 치부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환경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72년 '로마클럽(The Club of Rome)'에서'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가 계기가 되었다. 에너지 자원의 한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환경주의 개념을 환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92년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1987년 '우리공동의 미래', 1995년 기후변화협약 제1차 당사국 총회, 1997년 교토의정서가 뒤를 이었다.

최근 경제성장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하여 환경 쿠즈네츠 곡선(Environmental Kuznets Curve, EKC)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995년 그로스멘과 크루에거 두 경제학자에 의해 실증된 바 있다. 대다수의 국가에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성장을 통해 부유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경제성장으로 1인당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초기에는 환경오염 수준이 증가하다가 어느 수준에서 최대치에 이른 다음에는 감소하게 된다는 역 U자형 이론이다. 주요한 논리적 근거로는 첫째,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 질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여 정부의 규제가 늘어나고 친환경적 소비가 증가한다. 두 번째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기술진보가 일어나 단위생산량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든다. 세 번째, 산업구조의 변화로 제조업 부문에서 고도기술 산업 또는 서비스 부문으로 이동하게 된다. 네 번째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환경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경이 우등재(優等財)가 된다.

원래 쿠즈네츠 곡선은 경제성장과 소득분배의 관계를 역 U자형 관계로 표시되는데 러시아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가 처음 주창하였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짐에 따라 일정단계까지는 소득분배의 불균등이 증가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감소한다는 이론이다.

한편 기본적으로 경제성장과 환경은 서로 영향을 미칠 뿐만이 아니라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선순환일 수도 있고 악순환일 수도 있다. 경제활동은 생산 및 소비 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오염물질을 환경 영역으로 배출한다. 오염발생의 주체는 기업뿐만이 아니라 소비자, 정부도 모두 포함된다. 심지어 경제활동 자체가 환경 파괴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한 자연경관 및 녹지의 감소, 댐건설에 따른 수몰지역의 발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경제활동은 조림과 같은 환경개선을 위한 공급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나무심기를 통해 산림자원 복원 및 산소 공급, 홍수조절과 같은 순기능을 한다.
인천의 경우는 어떨까? 인천시는 전통적으로 항만을 구비한 경인공업지역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국가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반면 소음, 분진, 미세먼지, 악취, 수질악화, 산업폐기물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외부불경제효과(外部不經濟效果)가 상당 부분 개선되었지만 지금도 일부는 고질적인 민원으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현시점에서 환경 쿠즈네츠 곡선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아직은 정점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인천시도 지역총생산이 매년 증가하고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진행됨에 따라 환경에 대한 행정수요도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규모도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지난 2012년 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의 유치로 인천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경제성장과 환경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동행해야 할 반려자라 하겠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다름 아닌 인천시가 지향해야 현실적인 모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