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인천시 중구청장

내항이 있는 인천 중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개항도시이자 서양 문물의 관문도시로 이 나라 경제 발전의 토대 역할을 해온 곳이다. 특히 내항은 산업화와 국가 발전이라는 경제성장 논리로 40년이 넘도록 희생해온 구민의 아픈 역사가 있다.

과거 인천의 명동이라 불렸던 휘황찬란한 도시가 1990년대에 들어 행정 중심이 신시가지로 옮겨지며 상권은 급격히 붕괴되고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중구 구민은 내항 하역·운반 과정에서 나오는 분진, 소음 등 환경 피해는 물론 생존권에 위협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인천 주요 도로의 화물차 운행 비율을 보면 경악스럽기까지하다. 간선도로에선 중구 축항대로와 인중로 화물차 비율이 각각 42.6%, 40.2%로 가장 높다. 화물차 전용도로 하나 없이 도심 한가운데에 화물차가 이렇게 많이 다니는 곳은 선진국은 물론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반세기 동안 중구 구민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고달픈 삶을 살아오면서 내항 재개발의 약속만 믿고 기대하며 참고 또 참아왔다. 이제는 정부와 인천시, 항만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먼저 정부 주도로 예산이 반영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가 부산 신항과 북항에 수조원의 파격적인 예산 지원을 해준 것을 중구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 인구가 적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인천항만공사는 내항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주민에게 내항을 돌려줘야 한다. 내항에서 40여년간 많은 이익을 취해 온 해운업계를 외항으로 이전시키는 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는 인천의 북항·남항·신항·연안부두 컨테이너 터미널항, 경기도 평택항, 충청도 당진항 등 많은 외항을 건설했다. 이렇게 정부가 내항 기능을 재배치했는데도, 해운업계는 고용 등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내항을 차지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최근 내항에 중고차 매매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하고 있다.

하역업체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10여개가 넘는 자회사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99개를 가진 부자가 1개 가진 가난한 자의 소유물마저 탐낸다는 말이 떠오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하역업체는 각성해야 한다. 하역업체가 크기까지 중구 구민의 반세기간 희생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존을 생각하는 경영을 하길 바란다.

다음으로 시는 과연 내항에, 중구 구민에게 관심이 있는지 묻고 싶다. 화물만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뿐, 구민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이 없다. 중구는 인천시가 아닌가. 이제는 사람이 사는, 사람을 위한 내항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구도심을 방치하고 신도시 개발 위주로 정책을 펼치면서 구도심은 경기 침체가 이어져 재산 손실도 더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사라지고 있다.

끝으로 정부는 내항 1·8부두에서 항만 재개발 사업을 끝낼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내항 전체 재개발 계획을 먼저 세우고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내항은 입·출항 지연으로 향후 항만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내항의 산업항 기능은 북항으로 이전되고, 상업항 기능은 남항·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해운 수요에 대응한 신항 중심의 항만 기능 재편 계획은 수립·추진 중에 있으나 내항 전체 재개발에 대한 대안은 마련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은 우리에게 큰 기회다. 지난해 11월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된 후, 발효를 위한 국회 비준만 남겨놓은 상태다. 중국을 겨냥한 내항의 인간 친화적 개발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개척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내항에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등 더 많은 국제 여객 항로를 개설해 관광·무역·쇼핑·숙박 등을 갖춘 그린항으로 개발한다면 구도심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인천 전체의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인천 내항은 중구·동구·남구 등 원도심 재생을 위한 핵심 원동력이며 해양도시 인천의 미래 발전 대안이다. 정부와 시, 관계기관은 중구가 중국과의 경제·관광 교류도시, 수도권 최대의 관광 중심도시가 되도록 지금부터라도 내항 전체 재개발 계획을 세우고,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김홍섭 인천시 중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