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정 김포경찰서정보보안과 경장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200만명에 이르고 한해 수십만명이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게 된 것은 이른바 '3D' 근로현장을 기피하는 노동문화 속에서 우리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범죄피해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억울함을 주장하지 못하는 불법체류자 또한 약 20만명에 이른다. 도리어 이들의 불법체류 신분을 악용하여 임금을 주지 않고, 불법체류자임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하거나 폭행, 협박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피해를 당하면서도 이들이 신고하지 못하고 범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한 조항 때문이다. 출입국 관리법 제84조 1항에 보면 국가나 지방단체는 강제퇴거대상자에 해당하는 즉,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그 사실을 관할 출입국에 통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런 불합리함을 개선하고자 2013년 3월부터 경찰청과 법무부의 협의에 따라 '불법체류자 통보의무면제에 관한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은 살인, 상해, 폭행, 사기, 체포·감금죄 등의 피해를 당한 불법체류자들의 신분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하거나 신병을 인계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제도가 시행된 지 어언 2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외국인들이 이를 모르고 범죄피해를 당하고도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져 강체출국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에 이제 더 이상은 범죄피해를 입고도 신고나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외국인이 있어서는 안 될것이다.

외국인이라도 법을 위반하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피해자로서의 기본적 인권보호와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 또한 중요하다.

우리 주위에 범죄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불법체류자가 있다면 '통보의무면제제도'를 알려주어 그들의 소중한 인권을 보호해주는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