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도 인천 동구도시재생과장
인천에 작은 어촌 마을부터 거대한 공장들까지 공존하는 곳이 있다. 바다에 삶을 두고 사는 화수부두와 만석부두가 있고, 현대제철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철을 생산하고 중장비를 만드는 공장들이 있다. 이곳이 인천 동구이다.
'59년 왕십리' 노래를 부른 가수처럼 내겐 '59년 만석동'이 고향이다. 그리고 동구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공무원이기에 고향 마을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 추억이고 향수인 만석동에서 수많은 공장을 다니시던 우리네 부모님들의 출퇴근 행렬은 이제 사라졌다. 대성목재 합판공장 자리는 아파트촌으로 변하고, 고단한 삶의 휴식처로 삼았던 화도고개 주변 마을은 화도진 공원으로 바뀌었다.

만석동 아카사키촌은 괭이부리마을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아카사키촌이라는 이름조차 사라지고, 이곳이 괭이부리마을이란다. 우리 엄니가 괭이에 다녀오겠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지금도 괭이부리마을에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살고 있다. 집 옆에 주차장이 생기고, 공중화장실이 수세식이고, 겨울에도 따스한 물이 나온다고 자랑한다. 주민이 떠난 공가를 굴 작업장으로 만들고, 텃밭을 가꾸는 재미도 솔솔하다며 고향 지킴이로 산다고 한다.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다. 주거시설이 열악해서 마을을 떠나려는 주민들이 대부분인데, 잘 적응하며 사는 것 같다.

이 마을이 다시금 알려진 것은 주민의 불편한 주거 생활을 개선하면서다. 쪽방촌을 헐어내고 괭이부리마을 주민이 새로운 보금자리에 이주한 것이다. 노후주택 보일러 교체 등 집수리는 한국남동발전㈜에서 맡았다. 가까운 두산인프라코아㈜는 김치공장을 건립했고, 주거복지센터와 인천여성도시환경연구원은 주거 개선 방안에 대한 자문과 지원을 해줬다.

희망키움터에는 공동 작업장이 만들어져 주민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관심과 애정을 받아서 지금도 괭이부리마을은 바뀌고 있다. 이런 작은 변화를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직접 현장을 찾아온다. 지방의원과 지역 주민, 그리고 관계 공무원들이다.
지금 이 마을에 지붕 개량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주민이 일부 분담하고, 이웃 성금을 지원받아서 마무리되고 있다.

마을의 대소사는 공동체인 마을주민협의체에서 논의해 진행된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주민협의체를 이끄는 김도진 목사의 마을 사랑과 주민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괭이마을이 홍보 도구로 쓰여 참을 수 없었다는 김중미 작가도 주민협의체 회원이 됐으면 좋겠다.

동구에는 괭이부리마을처럼 낡고 오래된 주택이 밀집한 곳이 너무 많다. 공·폐가가 679채나 있는 동구는 불량주택을 개량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지로 바꾸는 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주거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괭이부리마을 사업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