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환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한다는 목적으로 제공되던 아이핀이 해킹되면서 주민번호 개편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 당시 시민증과 도민증이 있었는데 주소, 직업, 혈액 등 개인 신상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다 1968년에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특수부대 소속 무장게릴라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발생하자 주민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간첩 색출을 용이하게 하도록 주민등록 개정이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당시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분단국가라는 특성상 아무도 사생활 보호나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개인정보 하나로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기에 자칫 유출되기라도 하면 개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조선시대에도 16세 이상의 남자에게 호패를 발급했다. 호구를 파악하고 신분제도를 유지하는 등 중앙집권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통치의 편리함 때문이다. 정보체계의 일원화는 통치와 시스템의 편리성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모르나 개인의 행복이나 안전, 사생활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적으로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개인정보가 통합되면 개인이 통치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에게 주민번호가 필요한 것일까? 신원확인은 필요성에 따라 최소화해야 하며 개인정보는 엄격히 보호되어야 한다.

/허성환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