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인천대교수
최근 국회에서 부결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두고 찬반논란이 뜨겁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국회에 압력과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에 어린이집에 자녀들을 보내는 부모들은 누구표가 더 많은지 두고 보자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표를 의식한 국회는 일부내용을 수정하여 다시 법안을 처리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적 힘겨루기가 아닌 어린이집의 운영구조와 보육의 사회적 책임이 본질이다. 남발되는 자격시스템에 따른 보육교사의 전문성과 자격의 문제, 열악한 처우와 노동 강도의 문제 등이 근본적 원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국에 4만 개소 어린이집에서 전체 90%이상의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에 대한 예산지원을 통한 준공영제에서 점진적으로 공립 체제로 전환하여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또다시 CCTV의 설치를 통한 미봉적인 대책을 남발할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얘기가 잠시 어린이집 문제로 갔지만 이번 CCTV설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인권의 충돌에 관한 문제이다. 학대받는 아이들의 인권과 보육교사들의 인권을 두고 누구의 인권이 중요하냐는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다. 인권은 모두에게 공평하고 소중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이며, 신분이나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교사의 잘못은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이며, 교사의 인권은 별개의 문제이다. 교사의 인권도 어린이의 인권과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소위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신상털이식 여론몰이는 올바른 문제 해결이 아니다. 전국의 보육교사를 예비범죄자 취급하는 CCTV에 의한 감시는 애초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다. 오히려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 보육정책으로 열악한 보육환경에 내몰린 어린이들의 인권을 되찾아 주는 것이 답일 것이다.

다음으로 CCTV로 상징되는 우리사회의 감시구조의 문제이다. 전 세계 약 4000만 대의 CCTV중에서 우리나라는 1824년 세계 최초로 CCTV를 도입한 영국 다음으로 많은 400만대 이상이 있다고 하며, 인구대비 보유율은 세계최고라고 한다. 전 세계 CCTV의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당 하루에 80회 이상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CCTV에 노출되는 그야말로 감시공화국이다.

물론 2014년 김수창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 어린이집 폭행사건, 경찰이 자랑하는 한 단계 진화한 지능형CCTV를 통한 범인의 검거와 범죄 예방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과연 CCTV가 범죄예방에 기여했다는 확실한 입증은 국가별로 아직 많은 논쟁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보다 명확한 사실은 개인정보와 감시에 따른 부작용의 경우가 범죄예방에 대한 순기능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CCTV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차량용 블랙박스, 인터넷 등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IT기술의 여파로 개인의 신상정보는 물론 금융정보들이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노출되어 범죄는 물론 상업적으로 악용되고 있다. "구글이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부모님과 배우자, 친구들이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을 전부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는 '두 얼굴의 구글'의 저자 스콧 클리랜드의 말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발가벗겨지고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제대로 알려내고 권력을 감시해야 할 다수의 언론은 권력에 굴복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2014년 '프리덤하우스'이 진행한 언론자유지수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32점으로 전체 197개 조사국 중에서 68위에 머문 사실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의 인권과 자유에 관한 슬픔 자화상이다.

국가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모든 삶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감시사회'에 우리는 이미 들어와 있다. CCTV는 물론 스마트폰과 같은 신기술들은 '미셀 푸코'가 얘기했던 '판옵티콘'처럼 새로운 권력의 기술이며, 대중은 기꺼이 그 기술에 대한 비용마저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이 CCTV를 다시 한 번 노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