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인천대 교수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새해를 맞은 지도 두 달, 300명이 넘는 꽃다운 영혼들, 안타까운 영혼들을 속절없이 떠나보낸 지도 벌써 300날이 훌쩍 넘어 버렸다. 2014년 4월16일 아침, 세월호 침몰사고가 타락한 자본과 무능한 공권력의 방조에 의한 살인적 참사로 진행되는 광경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온 국민의 가슴은 찢기고 무너져 내렸다.

정상적인 사회와 국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어 가는 지금도 9구의 시신은 여전히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있으며, 도대체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아무런 답도 없으며,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그저 이 문제가 시간에 따라 그렇게 덮여지기를 원하는 저들의 바람대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잊혀져 가는 건 아닌지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에 근거하여 올해 초 출범을 목표로 구성된 세월호 진상 조사특위는 작년 말에 선정된 조사위원들이 아직도 임명장조차 받지 못함은 물론이고, 조사특위의 구성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여당 추천 특위위원과 정부여당의 교묘한 방해와 방조로 아직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본분이 대통령과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인지, 민심을 읽어 정의롭고 상식적인 사회를 위한 입법과 정치적 활동인지조차 분간을 못하는 여권의 한 중진 국회의원은 세금낭비 운운하며 세월호의 인양에 부정적 의견을 표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급기야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에 천막을 지원한 등의 혐의로 보수단체에 의해 고발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무원 3명이 불구속 입건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어디까지 가자는 것인지 정말 막장사회라는 말밖에 달리 표현 할 방법이 없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무너져 내린, 아니 대한민국이 침몰한 국가적 재앙이다. 구조과정에서 보여준 무책임과 무능함으로 인하여 국가권력에 대한 근본적 불신과 구성원 간의 반목이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또한, 정권과 자본에 장악된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실과 괴담 사이의 수많은 공방이 난무하면서 이제 대한민국은 어떤 위정자의 말도 언론보도도 믿기 어려운 불신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세월호 조사특위의 조속하고 정상적인 가동을 통하여 세월호의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야하며 사회적 재난과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과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영혼을 달래주어야 한다. 이것은 오롯이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안전관리의 기본은 한 건의 중대 재해만이 아닌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무수한 불안전 상태와 요인의 제거라는 근원적 관리가 되어야 한다는 재해관리의 기본 법칙처럼, 결과와 현상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과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하는 철학적 바탕위에 안전에 대한 시스템적 투자, 엄격한 행정적 감시와 강력한 규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이 담보되는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어야 한다.
더 이상 영혼 없는 사과와 미봉적 대책 그리고 책임 전가에 속지 말아야 한다. 무능한 정치권에 의한 역사적 퇴보에 따른 희생과 사회적 비용은 이미 충분히 치렀다. 국민의 삶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기득권의 통치수단일 뿐이다. 또다시 잘못된 역사가 반복될 수는 없다.
최근 모 방송국의 역사드라마를 통해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이 재조명 되고 있다. 징비록은 유성룡이 임진왜란 7년간의 명나라와 일본 등과의 국제정치와 전시상황 등을 상세히 기술함으로서 다시는 임진왜란과 같은 국가적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1633년 최초 간행되었다. 하지만 불과 3년 뒤인 1636년 병자호란으로 온 나라가 또다시 유린을 당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다시금 보게 되는 것 같은 안타까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든다. 더구나 현재의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징비록조차 없으며, 심지어 징비록의 출간마저 훼방당하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다.
세월호는 우리사회의 아픈 자화상이며 침몰하는 대한민국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면서 우리의 사회적 안전망의 수준이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나누어져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진실은 인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