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교수
3월은 대학이 신입생을 맞이하며 새 학기를 여는 시기이다. 대학은 응당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안내를 하게 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다. 오리엔테이션은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에게 꼭 알리고 지도해야할 사항을 학교가 공적으로 안내하는 행사이다. 학칙이나 제도, 수강신청, 대학시설과 그 이용방법 등을 알려주고, 학생활동 등에 대해 소개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당연히 대학의 행정라인과 학과교수들이 주관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 오리엔테이션이 학생회가 주관하고 학교당국은 그저 동행만 해 주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신입생에게 대학생활을 안내해야 하는 오리엔테이션이 선후배들의 단합을 위한 모임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오리엔테이션을 해야 하는 주체가 교수가 아닌 학생이 되어버려 본말이 전도된 모양새이다. 대학이나 학과교수들의 역할은 그저 몇 시간의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뿐, 나머지 며칠간의 일정은 주로 학생들만의 행사로 이뤄진다. 물론 신입생에게 학과선배들을 소개하고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입학 전에 있어야 할 시급한 사항은 아닐 것이다.

폭설과 추위가 언제 기승을 부릴지 모를 2월에 외부의 열악한 시설에서 합숙으로 시행하는 오리엔테이션은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 눈길에 크고 작은 교통사고는 물론 건물 붕괴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여 늘 불안한 여정이다. 또한 음주와 게임 등을 매개로 하는 젊은 남녀의 합숙모임에는 과음과 폭력 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고도 늘 따르게 마련이다. 사고가 없었다 해도 건전하고 의미 있는 행사라는 평가는 듣기 어렵다. 학부모들의 걱정도 많고, 교수들도 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학의 등록금이 비싸다 하여 학생과 학부모 모두 힘들어하여, 정치권에서까지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숙사가 부족하여 학생들의 숙소 마련에도 학부모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라 아우성이다. 그런 상황에서 돈 들여서 하는 외부의 합숙 모임은 불필요한 비용을 또 부담해야만 하는 일이다.
대학 오리엔테이션이 입학식도 하기 전부터 며칠간의 합숙을 통해 진행해야할 만한 내용이 있을 리 없다. 입학에 즈음하여 알아야할 사항은 학교 내에서도 얼마든지 안내할 수 있다. 입학식을 치른 후 단과대학이나 전공학과 차원에서 행하는 것만으로도 오리엔테이션은 충분하다. 신입생과 선배들의 만남도 입학 후 학과 교수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어, 굳이 오리엔테이션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에 입학한 후 학교 내에서 시행하던 오리엔테이션이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던 학생들의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학생회 주도로 변해, 학생운동이 사라진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민주화에 앞장서던 학생들의 요구에 학생회 중심의 단합 합숙모임과 같은 오리엔테이션이 용인되어 온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학생회가 주관해야할 명분도 없어 대학의 오리엔테이션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그 취지에 맞게 학내에서 비용들이지 않고 간단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대학의 축제가 이렇다 할 볼만한 행사는 없고 기간 내내 오로지 음주가무만을 연출해내 그 폐해가 심각한 상황인데,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그 서곡을 알리는 듯한 행사여서는 곤란하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술도 마시고 놀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대학 밖에서 사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비 지성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학들이 답습하고 있는 폐해를 개선하기는커녕 방관하고 끌려 다니고만 있다. 아무리 수업이나 연구에 방해가 된다 해도 학생들은 자신들의 일을 거리낌 없이 한다. 도에 넘는 음주가무나 적절해 보이지 않는 행사도 아무런 제재 없이 이루어진다. 대학의 담당부서는 지도나 주의는커녕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이다.
성인이지만 대학생들은 교육을 받는 피교육생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고 고치도록 지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갈수록 대학의 입학생 수가 줄고 졸업을 해도 취업은 어려워 대학의 위기가 깊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시대상황을 탓하기에 앞서, 대학은 학내의 부조리를 과감하게 타파하여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생을 길러내야 한다. 그를 위해 대학생들의 문화도 대학이 일정부분 책임지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야만 할 것이다.

올해도 각 대학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로 분주한 모습이다. 대학생활의 출발이 타파해야할 구습으로 시작되는 일을 대학이 더 이상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