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일 그린스타트인천네트워크 사무국장
그간 인천을 거쳐 간 시장들은 싱가폴, 홍콩, 두바이 등 마천루가 즐비하고 불빛 휘황찬란한 도시를 따라 배워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현 시정부는 영종도에 카지노 시설을 집중시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중국 마카오 같은 복합 카지노 리조트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을 내놨다. 중·동구 원도심에 대해서는 중국 관광객(유커)을 겨냥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도시개발은 환경적 논란과 함께 자칫 난개발로 이어져 도시 정체성을 뿌리 채 흔들거나 주거환경 악화라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의 인천은 그간 고밀도 개발을 부단히 추진해온 도시의 전형이다. 옆으로 위로 덩치를 키워가는 콘크리트 건물을 발전으로 미화하고 논과 밭, 자연녹지, 갯벌과 바다를 사정없이 훼손한 결과가 인천이다. 단적인 사례로 국내 대표적 해안도시로 배웠던 인천이었지만 그간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인천국제공항, 청라지구, 송도신도시 등으로 인해 수많은 갯벌이 매립되어 현재는 자연 해안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 결국 인천시민은 행복해졌는가? 인천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품격 높은 도시가 됐는가? 우리는 인천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가? 긍정적인 답을 자신할 수 없다. 인천에서의 삶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팍팍하다.

인천시가 최근 해외도시 우수행정을 발굴, 지역 현안에 접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재정, 체육, 환경, 기타 등 분야를 나눠 세계 주요 30개 도시의 모범사례를 중점 분석해 인천AG 경기장 활용 방안 마련,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종료 문제 등 인천의 각종 현안에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해외도시로는 독일 뮌휀, 스위스 취리히,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등이 나열됐다. 시는 환경분야와 관련, 태양광 발전, 쓰레기 제로화, 에너지 절약 등의 사례를 집중 발굴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구상은 현안들을 처리하기에 자체 역량이 부족하거니와 확실한 대안 마련으로 민원 소지를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일 것이다. 아무튼 누가 봐도 부러울 만한 도시를 만들려는 입장에서 앞서 성공한 경우를 당연히 배우고 싶어할 일이다. 특히 분명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면야 힘써 노력해야 마땅하다. 그 과정에서 인천 내면을 차근히 돌아봐야 할 것이고 상대 도시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치밀함이 요구된다. 우리는 위정자의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도시계획이나 정책 부분만 짜깁기한 '짝퉁'의 경우를 흔하게 봐왔다.

인천시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이후 부쩍 국제적 품격에 어울리는 도시 질을 외치고 있다. 인천을 아시아의 대표적 국제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 아래 '세계적 UN도시', '글로벌 녹색수도'의 표현을 빌어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모범도시들은 정치·경제적 역량이 우수한 편이다. 장기적 도시계획 아래 환경적 요인을 매우 꼼꼼히 배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경제, 사회, 환경의 측면에서 지속가능발전 능력이 극대화된 경우다. 도시마다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그러한 특성과 능력의 범위 안에서 해소해 나갔다.
미국의 포틀랜드는 지속가능성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상정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포틀랜드개발위원회, 경제내각과 같은 구조를 통해 현명한 의사결정을 이끌어냈다. 호주 맬버른 역시 기후변화와 적응 전략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생태도시의 비전을 수립,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역량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세계 우수도시 반열에 올랐다.

우수행정에 대한 벤치마킹이든, 자발적인 도시비전의 구현이든 유수의 도시들은 도시정책 성과와 더불어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려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연과 인위적으로 멀어지게 계획된 공간'이라고 정의되는 현재 도시를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도시'인 글로벌 녹색수도로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가가 인천시의 고민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당장의 골치 아픈 환경민원을 지혜롭게 풀기도 해야겠지만 세계적인 모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누차 언급되듯 협력적 소통과 조직체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안 해법의 사례를 밖에서 배워온다 해도 지역사회 주요 구성원의 참여를 전제로 한 난제 대응이 필요하다. 제도화도 중요하다. 환경분야를 포함해 도시 문제는 조직적, 제도적, 행정적 시스템으로 해소되고 일련의 과정으로 정착될 때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최종 지향점은 도시의 지속가능발전과 미래세대의 행복이어야 한다.

쓰레기매립지문제가 중대 고비로 치닫고 있다. 서울·경기·인천·환경부가 참여하는 '매립지 4자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다. 시민 의견 수렴 차원에서 '수도권매립지시민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우수행정을 벤치마킹까지 한다니 미래 인천을 위해 갈등 해소의 분명한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