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근 남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담당관
선거는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을 담당할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 과정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조정·통합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선거 후에 각 세력·지역·계층 간 갈등과 불신의 모습을 종종 보여 왔다. 우리 선거문화에 여전히 관권, 금권, 흑색선전, 지역주의 등 부정적인 요소가 존재해 선거가 완전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매년 세계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하여 작성하여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국가로 분류되어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작년에는 세계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국제기구(A-WEB) 초대 의장국 되었으며 최근 선거한류(K-democracy)로 대표되듯이 후발민주국가의 모범적인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이렇듯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 수준은 높게 평가되고 있으나 질적 민주주의 또는 생활 민주주의로 정착하기에는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사실 우리 선거제도 자체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해도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선거문화는 선거제도의 우수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도 '민주주의 지수' 발표에서 우리나라 선거절차의 투명성과 다양성 분야는 10점 만점에 9.17점으로 높게 평가 됐으나, 정치문화 분야는 7.5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는 우리 선거·정치문화에 후진적 행태가 남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제는 우리 선거·정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매니페스토' 즉 정책선거라고 감히 단언한다. 매니페스토란 정당·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선거 후에 반드시 지키겠다고 공식적으로 문서화해 공표하는 국민에 대한 '정책서약서'를 말한다.
이것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국가 또는 지역발전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면 유권자는 그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평가해 투표하고, 선거 후에는 당선자의 공약 이행여부를 지켜본 후 다음 선거에서 지지여부를 결정해 책임 있는 정치를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국익과 국민의 실생활과는 무관한 정쟁이나 금권, 관권, 상호비방, 지역주의 등의 부정선거는 발을 붙일 수 없다.
일부에서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정치권의 공약 이행을 법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법적인 책임보다 유권자가 선거에서 표로 책임을 묻는 정치적 책임을 가장 두려워 한다. 유권자가 공약 이행여부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 다음 선거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다면 실효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제도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치권과의 직·간접적인 정책소통을 통해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민의파악이 가능해 실효성 있는 정책개발과 안정적인 정치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내년은 전국 동시로 치러지는 제1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있는 해이다. 생활속에서의 민주주의를 꽃 피울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다. 즉 질 높은 민주주의로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공공조합은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국가와 국민의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이처럼 사익성과 함께 공공성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공조합의 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고 시민의식 함양과 민주역량 강화를 위한 좋은 터전이 될 것이다.
1341곳의 농·수·축협, 산림조합에서 후보자수 4000여명이 출마하여 전국 1865개 투표소에서 조합원 유권자인 300여만명이 선거에 참여하게 될 예정이다. 특히 다른 전국단위 선거가 내년에 없어 국민의 관심이 조합장 선거에 집중 될 수 밖에 없다.
2015년 3월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후보자의 역량과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를 한데 모아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금품, 혈연, 지연을 떠난 수준 높은 정책대결의 축제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