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갑석 부평구 도시관리국장
부평구는 지난 5월말 동암역 북광장 정비 공사를 준공했다. 총 사업비 6억2891만여원을 들여,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 공간을 확보하고, 공영주차장도 깔끔하게 정비했다. 동암역은 수도권과 인천 서북부권역을 잇는 교통요충지로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에 달하는 주요 상권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십 수 년간 동암역 북광장은 수십 개의 불법 노점상이 난립했다. 이들이 통행로인 광장 한복판을 불법으로 점유하니, 전철을 이용하거나 그 주변을 통행해야 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술을 먹고 취해 싸우고 위협하는 사람들 때문에 무섭다는 민원도 끊임없이 구청에 제기됐다. 가게 임대료와 각종 세금을 내며 장사하는 주변 상가 상인들은 노점에 손님을 뺏기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고, 공영주차장도 정비해 주기를 바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뜻을 받아 우리 구는 지난 2011년부터 정비 사업을 계획, 추진했다.

노점상들도 구청과 수차례 대화한 끝에 올 2월말까지 자진 철수했다. 드디어 시민 세금 수억원을 들인 광장 정비 공사가 5월말 잘 끝났다. 보행로가 비좁고 차량이 뒤엉켜 혼잡했던 옛 모습을 말끔히 지우니, 지역 주민과 상인, 전철 이용자 모두 좋아했다. 그런데 공사 끝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동암역 북광장에 다시 노점이 들어섰다. 노점상들은 '민주'와 '생계'를 방패삼아, '불법'임을 잘 알면서도 마치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인 냥 당당하게 말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의 천막시위가 시작되고 곧이어 불법 노점 시설 6개가 동암역 북광장에 등장하자, 덩달아 줄었던 민원이 다시 늘었다. 올 1월부터 6개월간 113건이었던 관련 민원은 정비공사 이후 11월 말까지 5개월간 179건으로 크게 늘었다. 다시 생긴 불법노점 탓에 걷기 힘들고 도시미관이 망가진다거나, 인근 상가의 영업 피해가 발생하고, 집회로 인한 소음 피해가 있다는 호소였다. 24시간 무방비로 노출된 LPG 가스통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크고, 기름때로 광장 오염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불법노점시설을 철거해달라는 시민의 요구는 동암역 북광장 정비사업 이전보다 더 거셌다. 여기에 지난 2월 자진 철수했던 수십 개의 노점시설이 다시 동암역 북광장으로 돌아오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많은 세금을 들여 쾌적해진 동암역 북광장이 자칫 불법노점들만의 것이 될까 걱정이다. 구청도 수차례 불법노점시설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지난 6월부터 5개월여간 반복된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기까지 했다. 심지어 구청 직원들은 노점 상인들이 뿌린 위험물질인 시너에 온몸을 여러번 적시기도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불법을 용인할 수야 없다. 대신 우리 구는 생계형 노점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돕고자 한다. 취업희망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임대료가 저렴한 대체 영업공간도 알선하겠다.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행정을 펴겠다.

우리 구는 십수년 전 부평역 일대 노점상을 위해서 굴포천 복개 구간 일부를 내놓는 노점상 양성화 정책을 편적이 있다. '한아름상가'란 이름의 이 공간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불법 전대 행위가 만연하고, 한밤중 취객들로 민원이 끊이지 않은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지난 7월 초 마지막 남은 상가가 철거되자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겼다.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에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거대 구조도 문제지만 그 틈에 말 없는 다수시민을 무시하고 막무가내 불법으로 부당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도 문제다. 뭐든지 목소리 크게 내면 '안 되는 일도 돼 버리는', 그게 원칙이 돼서는 안 된다. 열심히 일하며 세금 내는 선량한 시민이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다. 동암역 광장은 이제 시민에게 돌아가야만 한다. 수억 원의 세금을 들인 공간에서 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불법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