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두툼한 212쪽의 책이 있다. 2011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다 순직한 고 이청호 경사에 대한 사건백서다. 사건경위부터 불법조업 현황, 장단기대책 진행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망라했다. '어업관리 역량강화 및 효율화 방안'도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작년 이맘때 발간했다. 불법어업 단속에 관한 미국, 일본 등의 조직과 대책까지 상술했다. 이 밖에 논문, 백서들이 허다하다. 1956년에 불법조업 중인 중국인 3명을 우리 해군이 억류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해묵었다. 그런데도 피해는 여전하고 대책은 미비하단다. 중국어선 일부는 배에 철갑까지 두르고, 떼로 몰려다니며 급습하며 흉포화 한다. 쌍끌이로 쓸어가서 우리 어업자원을 고갈시킨다. 최근에는 어민들의 격렬한 해상시위 끝에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다. 언론은 검토만 되풀이하고 시원한 답은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혹자는 우리 서해를 황하(黃河)의 연장인 황해(黃海)로 본다며 중국 대국주의를 비판한다. 중국 우한 법과대학 교수 제웨이 양은, 중국어민들은 2001년 발효된 양국 어업협정 때문에 전통어장을 빼앗긴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양식업도 개척 못하고 앞바다는 공해로 찌들어서 먼바다로 나가는 재래식 고기잡이를 못 벗어난다고 했다.

한국 해양경찰이 사법권을 너무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벌금이 폐업할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항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동의 못하는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한가지 제안은 경청할 만 했다. 양국의 공동대처다. 복마전인 중국어선 문제를 근원적으로 막을 방법은 정부차원의 외교적 노력에서 시작되야 한다.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지만 그럴수록 상식에 기초한 원칙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중국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양국 정상회담, 어업협정, 외교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예를 들면, 우리 어로구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중국어선의 중국어업면허 취소 등 강력한 대책도 요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와 공조한 중국 감시선의 접경지역 지도를 강화하게 한다. 중국어선에 간단한 GPS를 부착하여 항로를 벗어나게 하지 않게 감독하는 방법도 IT시대의 한 방안이다.
둘째, 보다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는 것이다.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단속권한을 강화한다. 감시 및 단속 선박 및 장비도 적정하게 늘린다. 다만, 어업은 4~5월 그리고 10~12월까지가 성어기고 휴어기도 있어 인프라를 무작정 늘릴 수 없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민간에서 특정기간에만 선박을 임대하여 해양감시선의 업무를 맡긴다. 참고 할 만 하다. 셋째, 어민이 입은 피해는 마땅히 정부에서 보상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다. 국가가 경비업무를 실패했다면 당연히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도 커지고 경비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서해5도 주민들은 3중고를 겪고 있다. 언제 도발할지 알 수 없는 북한문제가 상존한다.
연평도 포격, 서해교전의 포연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강화된 선박 운항관리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선박의 물품 선적량이나 일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배가 뜰 수 없다. 주민의 수입감소로 이어졌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어려운 주민 입장에서 문제해결에 진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