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언제가 고교동창생 열 명에게 '세상에서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이 뭐니?'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10명 모두 '돈'이라고 대답했다. 자녀 결혼, 노후생활을 대비 해야 하는 오십대의 나이에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돈보다 건강이나 사랑이다"라고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건강도 돈이 있어야 지킬 수 있고, 사랑이나 우정도 돈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다'라는 반문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높은 이념이나 사상을 실천적으로 행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노인들에게 "도대체 얼마나 무능했으면 그 나이에 버스를 타고 다녀"라고 자위하며 경로석을 양보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과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노인들의 이야기 속에는 감춰진 돈의 위력이 숨겨져 있다.

사랑도 권력도 명예도 심지어 생명조차 돈으로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이 개인이나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또한 자본이라는 고상한 언어로 둔갑한 돈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것을 볼 때면 비애감마저 든다. 안으로는 복지예산 삭감, 밖으로는 국가간 무역협상의 최우선은 경제적 이익으로 점철되는 것만 보아도 돈의 위력이 점점 강력해짐을 실감한다. 돈을 우리 사회의 바로미터로 여기는 풍조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심지어 경제력이 없거나 약한 사람을 무능력자내지는 사회의 낙오자로 취급하는 야구방망이를 든 자본가의 행위가 드러날 때면 가히 돈은 신(神)적 존재가 된듯하다.
그러나 신(神)이 된 돈이여, <노아의 방주이야기>를 명심하라.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은 지역에 살았던 노아가 커다란 방주를 만들자 주변의 모든 사람은 그에게 왜 그렇게 의미 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느냐고 비웃었다. 하지만 대홍수는 일어났다. 돈의 세상이 이 세상의 종착점이라 믿는 자들이 있다면 사막 한가운데서 방주를 만들었던 노아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돈>이라는 책을 쓴 보도 섀퍼는 논리적인 계산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주는 자가 더 많은 돈을 갖는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의미를 알아야 된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심각해져 가고 있는 불공평한 분배는 평화와 행복을 위협한다. 돈은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 돈은 이제 본연의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거기로 가는 길은 어둡고 수많은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을 밝혀주는 하나하나의 표지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세상은 그런 표지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돈이 신(神)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