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현의 '사진, 시간을 깨우다'-8 개항일, 시 승격일 등에 따라 변경된 시민의 날
▲ 제물포제는 자유공원에서 기념식을 갖고 동인천 등에서 차량 퍼레이드를 펼쳤다. 갑문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선박으로 개조해 카퍼레이드를 하는 대성목재. 글씨를 우에서 좌로 쓴 모습이 이채롭다.

 

개항·인천항 갑문 준공·시 승격일 등 우여곡절

현 10월15일 격년제 행사 … 국기 게양일 지정도



10월15일은 제 50회 '인천시민의 날'이다. 시민의 날은 시류에 따라 그 날짜가 여러 번 변경됐다. 그 곡절을 살펴보면 인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965년 인천시는 지역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시민이 다 같이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시민의 날 제정에 나선다. 인천 역사와 관련한 '유서 깊은 날'을 택하기 위해 시정자문위원회가 소집됐다.

위원회가 난상토론 끝에 고른 날은 '인천 개항일'이었다. 인천이 공식적으로 개항한 날은 1883년 1월1일이다.

시민들이 다 같이 하루를 즐기기에는 날씨가 너무 춥고 게다가 연말연시이기 때문에 모두들 바쁜 철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고심 끝에 참고한 것이 일본인에 의해 편찬된 '조선사대계(朝鮮史大系)' 였다.

그 책에 인천의 실질적인 개항은 1883년 6월부터 시작됐다고 기록됐다. 이를 유추 적용해 '6월1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1965년 '제1회 시민의 날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자유공원 광장에서 성대하게 거행됐다.

초청객 중에는 부평에스캄 미군들과 인천의 화교들이 포함됐다. 국적은 달라도 넓은 의미에서 그들을 '인천시민'으로 간주하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이날 '시민의 다짐(헌장)'도 처음으로 공포됐는데 이 헌장은 지금까지 매년 시민의 날 행사에서 여전히 낭독되고 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현재 맥아더 동상 부근에 시민헌장비가 세워져 있다.

처음 제정된 시민의 날 축하잔치에는 당시 최고 인기가수들이 총출동했다. 그날 밤 8시부터 9시30분까지 공설운동장에서 시민위안의 밤이 흥겹게 진행됐다.

그날의 풍경을 한 지역신문은 이렇게 전했다. '국내 베테란급 가수인 현미와 한명숙, 박제란, 최희준 등이 출연해 그칠 줄 모르는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1968년 제4회 때부터 지역 상공계의 제안에 따라 인천시민의 날은 항도제(港都祭)를 겸해서 치르다가 이듬해부터 두 행사를 통합해 '제물포제'라 개칭했다.

이 제물포제는 시민의 날이 제정된 지 10년 째 되는 지난 1974년부터 다시 날짜가 변경됐다.

동양최대 도크식 인천항 갑문 준공일 5월10일을 기념하기 위해 변경됐다.

지난 1981년 7월1일 인천은 경기도로부터 분리돼 인천직할시가 됐다.

시 승격을 기념하기 위해 이 날을 시민의 날로 다시 제정했다. 그러나 의미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길일(吉日)'을 택하지 못했다.

7월1일은 계절적으로 폭염과 장마로 인해 행사를 치르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랐다. 해가 갈수록 시민들의 호응이 식어갔다. 날짜를 다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솔솔 흘러 나왔다.

1993년 '인천시사'를 발간하는 시기와 맞물려 시사편찬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날짜 변경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1994년 인천시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인천상륙작전기념일(9월15일), 인천항개항일(2월27일), 경인선개통일(9월18일), '인천'으로 개칭한 날(10월15일) 중 택일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많은 시민이 10월15일을 택했다.

1970년 대 말까지 시민의 날은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들썩거리는 축제일이었다.

특별한 문화 행사가 별로 없던 시절, 인천시는 지역 행사와 한데 묶어 그 기간에 경축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특히 지역의 큰 업체들은 기업 이미지에 맞게 트럭이나 버스를 개조해 매년 카퍼레이드를 벌여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현재 인천시민의 날 경축 행사는 IMF 사태 이후 지난 1998년부터 격년제로 실시되고 있다.

짝수 해에는 간소하게 기념식만 치르고 홀수 해는 각종 경축 행사도 곁들여 열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시민의 날'을 국기 게양일로 지정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다른 해와 달리 10월15일 시내 곳곳에 인천 시민의 긍지와 애향심이 담긴 태극기가 펄럭일 것이다.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