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생각엔 ▧
"그냥 이렇게 맞고 살다가 죽으면 되지요. 아이도 못 낳는 저를 이만큼 데리고 살아준 것도 고맙지요."
얼마 전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신고자가 가정폭력전담경찰관과 상담 중 한 말이다. 그리고 그 후에도 남편의 폭행은 계속됐다.

가정폭력은 한 번 시작되면 그만두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그 수위도 점차 난폭해진다. 그러므로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폭력에 대한 내성이 생기며 나 혼자만 참으면 되는 문제라는 그릇된 생각으로 자포자기하게 된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단지 나 혼자만 참으면 되는 부부 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폭력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자녀는 학습효과에 의해 사회인이나 부모가 되었을 때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가정 내의 폭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 또 다른 폭력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하루 약 130여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처리 되고 있으며, 2010년 전국 가정폭력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정서폭력 33.6%, 신체폭력 15.3% 등 다양한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있으나, 이에 반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는 37.3%에 불과하다.

폭력 없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꾸준한 법률개정과 프로그램 개발, 치료 및 상담 시설 등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가정폭력이 중범죄임을 알려주는 인식전환교육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강화(3진 아웃제도:3년 이내 두 차례 이상 가정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등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지희 안양만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