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인터뷰5 - 이흥수 동구청장>
만석포구·화수부두 활성화 … 동인천 북광장 재생사업
공립中 설립·혁신교육시범지구 추진 … 예체능人 육성
공해전담팀 구성·민원 신속처리 등 관리체계 재정비
이흥수 동구청장(53·새누리당)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뚝심이었다. 그는 30여 년 전 인천에 터를 잡고 나서 '동구'라는 한 우물만 팠다. 그리고 구의원, 시의원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4년 전 동구청장 선거는 쓰라린 기억으로 남았다.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새옹지마였다.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동구의 앞날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이 구청장에게 20여 년간의 지방정치 경험은 큰 자산이다. 그는 "지역사회 활동의 밑바닥부터 시작해 지방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커왔다"며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회색도시, 구도심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7만4000여명 구민의 박탈감을 없애고, 자부심을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어떤 정책을 우선순위로 놓는다는 것 자체가 동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만큼 숙제가 많아서다. 당장 손대야 하는 일 투성이다. 구도심 지역인 만큼 재개발·재생사업이 그렇고, 점점 열악해지는 교육과 공해 문제도 심각하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 확충도 고민이다. 동시다발로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4년이란 시간도 짧다.

그러나 동구만큼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도 없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천에서 뒤처진 지역이지만, 그만큼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만석포구와 교육은 동구의 미래
이 구청장은 동구의 어제와 오늘부터 얘기했다.

그는 "인천의 중심지였던 동구는 어느새 인천의 변두리로 전락했다"며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와 열악한 교육 여건, 전혀 해결되지 않는 공해 문제 탓에 주민은 동구를 떠나고 빈집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동구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부터 고민하고 있다. 만석포구와 화수부두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그는 "만석포구는 소래포구를 넘어 인천의 대표적인 어시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포구 주변에 친수공간을 만들고, 호텔과 체육시설을 세우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만석포구는 입지조건도 뛰어나다. 싱싱한 수산물을 조달하기 쉽고, 동인천역·인천역과 가까워 접근성도 높다.

이 구청장은 "화수부두도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수산물 유통 과정을 다시 살펴 상권을 살리겠다"며 "만석포구와 화수부두를 개발하면 주민과 관광객이 두루 찾는 명소가 되고,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살기 좋은 동구'를 만드는 또 하나의 과제는 교육이다. 2년 전 동구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박문여중·고가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진학할 만한 중·고교가 없을 정도로 교육 여건이 나쁜 동구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 구청장은 교육을 살리지 않으면 동구의 미래도 없다고 봤다.

그는 "이청연 교육감과 논의해 우선 박문여중이 떠난 자리에 공립 중학교를 세우려고 한다"며 "구도심이고, 면적이 크지 않은 동구는 특성화 교육을 도입하는 데 최적의 지역이다. 우선 이 교육감과 동구를 혁신교육시범지구로 선정해 교육 예산을 집중하기로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문화예술, 체육 등 주특기를 살리는 교육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은 교육 때문에 젊은 부모들이 떠나지만, 나중엔 교육을 위해 동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이 곧 학교라는 개념으로 구와 지역사회, 학교, 학부모가 힘을 모아 교육공동체를 만들겠다"며 "구청사 건립비 140억원 가운데 50억~60억원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 지역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어두운 현실 '개발과 공장'
재개발과 공장. 동구의 현실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두 단어다. 동구는 아파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이 개발 구역으로 묶여 있다. 또 동구는 전체 면적 가운데 공장 지대가 51%에 달한다.

이 구청장도 임기 내내 두 가지 문제를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동구가 근본적으로 살아나기 어렵고, 공장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지 않으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구청장은 우선 '선택과 집중'으로 꽉 막힌 재개발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시 차원에서 재개발 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예산을 우선 배정받아 개발이 가능한 곳은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며 "나머지 지역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와 주민과 조합·시공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동구의 운명을 가른다고 여긴다.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빈집은 늘고, 인구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보는 것이다.

동인천 북광장 재생사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8000㎡ 가량의 부지에 구민회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주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구민회관을 예식장, 여성회관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구상도 내놓았다.

공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호했다. 이 구청장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형 공장이 몰려 있는 동네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악취 문제를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는 "대기오염은 동구의 오랜 고민거리"라며 "공해 문제는 기업의 책임이 크다. 이윤을 창출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기업도 그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주민과 상생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 구청장은 공해 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민관 합동의 공해 전담팀을 만들어 수시로 점검에 나서고, 북항 철재부두 고철 하역장에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날림먼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환경민원을 신속히 처리하는 체계도 세울 방침이다.

동구의 역사가 곧 인천의 역사
동구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자체 예산이 부족하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업이 많다. 동구만의 힘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 구청장은 "그동안 동구는 정책과 예산 우선순위에서 소외됐다"며 "중앙정부와 국회·시의 협조를 구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인터뷰 내내 동구의 정체성을 이야기했다. 동구의 역사가 곧 인천의 역사라는 자부심이다. 전통 있는 동네면서도 구겨져 있는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명망 있는 동구 출신 인사에게 지역 실상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내려는 일도 그중 하나다.

그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기간에 열리는 화도진 축제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출향 인사를 초청해 주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한다"며 "장면 박사 생가터를 복원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김칭우 사회부장, 정리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