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사업소 가는 길(12)
『나도 동무의 기런 마음은 잘 알아. 기러니까니 오늘부터라도 그 려성동무에게 좀 잘해주라우.』

 『알갔습네다. 꼭 그렇게 하갔습네다.』

 『기래. 난 늘 동무를 한배를 탄 동지라구 생각해. 기래서 난 차만 타면 동무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잠을 자디 않아. 아까처럼. 기러니까니 동무도 편하디? 시시콜콜 간섭하는 군관들보다 말이야.』

 『그럼요. 혹 실수로 과오를 저지르는 일이 있더라도 동생처럼 잘 이끌어 주시고 보살펴 주시라요.』

 『기래, 우리 서로 믿고 살자우. 입쌀가마니 던져주고 이밥 사먹고 고기 사먹었던 일 죽는 그 날까지 아무한테도 이야기하디 말고. 만약에 말이야, 기런 거 동무 스스로가 말하다 보위부에 걸려 들어가면 우리 모두 공개 총살당해. 무슨 말인디 알갔어?』

 『녜. 명심하갔시요.』

 인구는 생각만 해도 닭살이 돋는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기러면 오늘부터 달라질 수 있갔어?』

 사관장이 다짐을 받듯이 다시 물었다.

 『무스기?』

 『기러니까니 밥 날라주는 안까이가 동무에게 잘해주면 동무도 고맙게 여기고 정을 받아주란 말이야. 아까 동무 꼬투리 보니까니 그 안까이가 아주 좋아하게 생겼어』

 『사관장 동지! 저어, 사실… 라체오락 어케(어떻게) 하는지 모릅네다.』

 『괜찮아! 기런 건 그 안까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하면 저절로 되는 기야.』

 『그 려성동무가 나중에 밀고하지는 않갔습네까?』

 『이런 햇내기! 사람을 믿어야디. 그 안까이도 따지고 보면 아주 외로운 사람인데 와 동무를 밀고하갔어?』

 『그 려성동무가 어째서 외롭습네까?』

 『지난해 전연 순찰 돌다가 지뢰 밟아 죽은 구분대(본대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독립소대나 중대) 소대장 안까이야.』

 『그 려성동무가 말입네까?』

 『기래. 기러니까니 그 집에 오는 에미나이들은 믿어도 된다는 기야. 죽은 세대주 생각나서 선배 동무 찾아온 사람이 자기 외로움 달래주는 민경대원 밀고하갔어? 기래야 내레 마음놓고 좀 쉴 수 있지 않갔어?』

 『사관장 동지가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갔시요. 앞으로는 마음놓고 쉬시라요.』

 『그 말 정말 믿어도 되갔어?』

 『사관장 동지가 마음놓고 쉴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맹세하갔시요. 이 곽인구 마음을 믿어 주시라요, 사관장 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