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인터뷰1-김홍섭 중구청장>
내항·국제여객터미널·원도심 연계사업 지역경제 견인
區 명운 달린 '영종·용유 개발' 정부·시와 긴밀히 협력
월미은하레일 재검토 … 동인천역 연결 '관광벨트' 구축
지친 몸으로 손을 잡아준 어르신을 기억한다고 했다. 아이 손을 잡고 영종 버스 정류장에서 이야기 나눈 젊은 엄마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인천 최초 4선 구청장' 김홍섭 중구청장은 기쁨 대신 책임감을 짊어졌다. 그는 "중구를 꼭 발전시키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동안 만난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잊지 않고, 지역 주민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중구가 인천의 중심이던 시절부터 구도심으로 전락한 아픔까지 모두 지켜봤다"며 "지역에서 일하며 중구를 다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 밑그림도 그려놓았다"고 말했다.

선거직후 곧바로 구처장 업무를 시작한 그는 인터뷰 도중 갑자기 일어서서 사무실 한쪽으로 향했다. 김 구청장의 손에는 중구 미래상이 그려진 조감도가 들려 있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발전 방안을 설명하는 얼굴에는 자신감이 비쳤다.

영종도에서 태어난 토박이, 3차례나 구청장을 지낸 경험, 차이나타운과 송월동 동화마을을 만든 저력. 김 구청장을 수식하는 어떤 표현보다도 그를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말은 '일꾼'이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치르며 내세웠던 구호도 '검증된 일꾼으로서 평가를 받겠다'였다.

김 구청장은 "재도약을 이끄는 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관행에서 벗어나 주민 의견을 듣고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시작한다"며 "4년 후 구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구에서 추진해야 할 사안은 차질 없이 진행하고, 중앙정부와 시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중구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의 정책 바탕에는 관광이 깔려 있다. 관광만이 중구를 부흥시키는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중구가 인천의 중심에서 구도심으로 전락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면 옛 명성을 되찾기 힘들다"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길은 관광"이라고 했다.

3차례나 구청장을 지낸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이다.

김 구청장은 "송월동 동화마을에 주말이면 6000여명이 찾아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어떤 지자체도 이루지 못한 성과"라며 "상권이 살아나면서 차이나타운과 주변 지역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포·신흥·연안권에 숙박단지와 세계 각국 거리를 조성하고, 상권을 부활시켜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원도심 지역도 도시계획을 재검토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 관광 배후단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구의 오랜 과제인 원도심 활성화도 관광으로 풀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내항 재개발과 국제여객터미널 존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구청장은 "내항 운영에 따른 경제 발전의 이면에는 주민의 희생과 아픔이 있었다. 국제여객터미널 이전 계획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신항 건설비용의 일부만 투자해도 기존 여객터미널은 최고의 시설로 거듭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항 재개발과 국제여객터미널 이전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다. 당초 계획대로 국제여객터미널이 옮겨지면 내항 재개발 구상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변 상권과 주민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항로를 늘려 사람 중심의 신개념 미항으로 만들면 경제적·환경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이와 함께 내항 1·8부두를 개방해 해양 문화 체험, 쇼핑, 문화 시설로 관광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여객터미널과 내항 1·8부두를 해양 문화, 레저 공간으로 꾸미고, 원도심 일대와 연결하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김 구청장은 영종·용유 개발 사업에도 중구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봤다. 영종·용유 주민들이 10년 넘는 세월을 참은 결과가 경제자유구역 해제와 기대에 못 미치는 개발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단시티 등 각종 개발 사업들로 영종·용유 지역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며 "구에서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정부·시와 긴밀히 협력하고, 실효성 있는 미개발지역 관리 방안과 도시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자유구역 개발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역의 특성을 살려 미래형 관광도시로서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제3연륙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영종도의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다.

김 구청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버스 노선과 긴 배차, 환승 할인을 적용받지 못하는 공항철도 등 영종도 주민들은 열악한 교통 인프라 탓에 발이 묶여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제3연륙교가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관심이 많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LH는 제3연륙교 건설과 관련된 예산을 공개하고, 정부와 시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착공해야 한다"며 "영종·인천대교 최소운영 수익보장 방식을 비용 보전 방식으로 바꾸면 통행료 인하로 이어져 주민의 경제적 부담이 줄고, 제3연륙교 건설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희생한 주민을 위해 관련기관이 나서서 정책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제3연륙교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영종도와 월미도를 오가는 해상 교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차도선을 늘리고, 수상택시 등을 도입하면 교통은 물론 관광도 살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최근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월미은하레일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 원안인 모노레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모노레일 개통에 대해 시가 무관심했다. 월미은하레일이 중구에 있는데도, 4년간 중구청장과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었다"며 "오랜 시간 인내해온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실망과 원성이 크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김 구청장의 눈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모노레일이 중구의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인천역과 월미도를 잇는 월미은하레일뿐 아니라 동인천역과 신포동,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등 주변 관광지를 아우르는 2단계 모노레일 사업을 펼쳐 내항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거라는 계산이다. 역시 관광이 바탕에 깔려 있다. 중구는 지역 전체가 역사·문화 전시관이라고 할 정도로 관광자원이 풍성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중구에는 1883년 시작된 개항의 역사뿐 아니라 최초 기독교 전래지라는 선교 역사, 유서 깊은 사찰 등 종교 문화 자원도 풍부하다"며 "근대 역사 문화가 담긴 지역 유산과 관광지를 관광벨트로 구축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구 미래 조감도를 가리키며 손으로 큰 원을 그렸다.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월미도 그리고 내항과 원도심을 하나로 묶어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면 중구는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중구의 새로운 미래도 열릴 것입니다."

/대담=김칭우 사회부장·정리=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