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증가 불구 저임금·비정규·파견근로 등 처우 열악
산업계 "政 지원 청년층 집중 … 미개선땐 경기침체 우려"
# 인천 남동구의 한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장모(45)씨는 "지난해 7월 인력중개업체를 통해 지금의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는데, 1년을 채울 때가 되니 인력중개업체 측에서 '회사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하더라"며 "퇴직금 지급을 부담스러워 해 1년 되기 전에 그만두길 종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의 근로자 박모(58)씨는 "30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아는 사람 소개로 지금의 업체에서 아르바이트식으로 일하고 있는데, 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2배이상 난다"며 "경험에 비해 적은 보수지만, 자녀들 결혼자금 마련 때문에 돈이 필요해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중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을 중소기업에 취직시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에 시키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노력과 달리, 중년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 문제는 외면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적지 않은 숫자의 중년 근로자가 지역 중소기업체 생산라인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비정규직 채용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들이 인력 채용 과정에 부담을 느껴 인력중개업체을 끼고 사람을 구하는 데 적극 나서면서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더 이상 외벌이로는 가계를 지탱하기 어려워 그동안 일을 하지 않았던 주부나 어르신까지 일자리를 구하러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산업 현장에 중년층 근로자를 늘리는 상황이 됐다.

특히, 인력중개업체를 통한 인력 채용은 업체 내부 조직의 인사체계가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정규직 대접을 못받는 '용병' 형태의 근로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들어 고용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취업자 증가의 속을 들여다 보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14 상반기 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에 늘어난 취업자는 72만9000명으로 2002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72만9000명 가운데 47만5000명이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분류됐다. 고용의 대부분을 사실 시간제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취업시장에 나서지 않았던 여성과 고령층이 시간제 일자리로 대거 취업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올해 임금 인상률이 2%에 불과한데도 최근 1분기 가계소득이 5% 증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중년 근로자들에게 기대는 부분이 큰데도 임금 등의 대우에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점이다.

인천지역 한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현재 정부 등이 청년 구직자들을 중소기업으로 유인하기 위한 정책은 쏟아내는 반면, 업계의 중년 비정규직 증가와 처우 등에는 고민이 적다"며 "이들은 당장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계층이어서 관련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