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근로자 5년 미만 재직 66.6%
저임금·업무 강도 높아 '이직' 만연
"인재 유출 … 산업 경쟁력 저해" 토로
#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현재 이직을 준비 중이다. "2년 전 입사할 때부터 2~3년 차가 되면 이직하겠다는 목표로 경력을 쌓아왔다"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는 진입장벽이 높아 우선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경력직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인천 부평구 내 한 중소기업 3년차 박모(32)씨는 "일하면서도 버릴 수 없던 욕심이 '간판이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라서, 지금보다 더 큰 업체에 들어가 경력을 인정받으면서 일하고 싶어 이직을 계속 고민 중이다"며 "주변 동료를 보면 내 경력쯤 되면 첫 번째 이직을 준비하는 게 보통"이라고 전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이 업계에 만연한 '이직 현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자본과 기술, 판로, 인지도 등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 인재 확보는 경영의 핵심 과제지만,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효율성 있는 회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근로자들은 결국 업계의 낮은 처우 탓에 이직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체에 유독 잦은 이직 현상은 산업계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체마다 적지 않은 근로자가 오래 일하지 않고 다른 업체로 옮겨다니다 보니 핵심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52%가 최근 3년 내 핵심 인재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다. 현재 중소 제조업 근로자의 66.6%는 5년 미만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에 절대적인 이공계 연구인력의 경우 대기업 임금의 46%에 불과하다보니, 이직률이 대기업(9.8%)의 두 배(16.8%)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높은 이직률은 전문성 부족을 불러와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업계 인사 담당자들은 지적한다.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시킨 후 업무를 맡길 만하면 그만둔다고 하는 바람에 곤란한 일이 올해만 몇 번인지 모른다"며 "중소기업에 취업해 충성하는 직원들은 별로 없고,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 쪽 '발판' 쯤으로 생각하는 젊은 근로자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가 대기업보다 미흡하다 보니 이직을 고려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근로자가 장기 재직할 수 있는 여건을 시급히 마련하고, 인식 개선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데, 이 같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바로 현장이나 일선에 투입해도 업무 처리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역량을 갖춘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도 업계 이직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인천지역 한 직업교육학교 관계자는 "중소기업 1인 당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라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월급이 낮고,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이유로 업계 이직 현상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적은 보수에도 회사의 가능성을 믿고 젊음을 바칠 수 있는 비전을 기업 스스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