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동물 살처분 막아야

유럽연합(EU)이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한 지 1년을 맞는다. 이웃 국가인 인도와 이스라엘도 여기에 동참했다.

연간 30만마리의 동물이 화장품을 위해 희생됐던 중국에서도 오는 6월부터 대체실험법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동물실험을 허용하고 있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동물은 얼마든지 희생을 당해도 좋다는 사고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인해 동물들이 이른바 '묻지마식 살처분'을 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살처분 대상 농가는 시료를 채취한 뒤 사후(事後) 병성검사를 한다. 발생지역에서 반경 500m 이내 오염지역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멀쩡한 동물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라남도의 경우 AI가 직접 발생한 농장은 6곳으로 살처분 가금류는 9만900여마리에 불과했으나 발생지역에서 반경 500m 이내 오염지역에서 39만8200마리가 매몰됐다고 한다.

하지만 병성 결과 36만6200마리는 음성으로 확인됐다. 10마리 중 9마리 이상이 AI에 감염되지 않은 채 묻힌 셈이다. 전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과연 '묻지마식 살처분'만이 답인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동물들은 안락사도 아닌 생매장을 당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잡아 음식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제(祭)를 지내는 우리 고유의 풍속이 있었다.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짐승들에게도 생명이 있기에 혼(魂)을 달랜다. 생명존중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동물이 희생되지 않더라도 미(美)에 대한 추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매장을 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은 인간에게도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인간이 동물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욕심을 버리고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가치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허성환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