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의 이아페토스 아들 프로메테우스가 있었다.

신중의 신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코카서스의 바위 쇠사슬에 묶여 날마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돼 영원한 고통을 겪었다는 내용이다.

우리 인간에게 불을 통해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프로메테우스. 인간은 축복을 받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혹독했다.

불은 수 만년 동안 인류 발자취에서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역사 그 자체이다. 불이 있었기에 맹수와 추위에서 종을 보호할 수 있었다. 날것에서 익혀 먹을 수 있었으며 조리를 통해 장시간 음식 보관이 가능했기에 부침의 역사 속에서도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최초의 인류는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불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며 숭배의 대상으로서 소중히 다뤄왔다.

그 후 불은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진 순간부터 축복은 멀어지고 고통과 불행으로 모습을 달리한 채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무분별한 사용은 어느 순간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지켜야할 소중한 자연은 속수무책 사라져가고 있다.

또한 오만에 가득한 인간은 과학이라는 기술을 앞세워 불을 제어·통제할 수 있다는 예측가능한 것이라는 믿음에 빠져 있다.

불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도처에 도사리는 위험 수위가 한계에 이르러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앞 다퉈 위용을 자랑하는 고층 빌딩의 마천루는 이제 선망의 대상이 아닌, 예기치 못한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대상이다. 안전 사각지대에서 열악한 환경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로 인해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불의 안전한 사용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다.

안전의식의 첫 걸음은 나로부터 시작해 공동체가 함께 지향해 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지금도 유효하다. 불이 가져다준 축복과 더불어 인간이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김동공 과천소방서 예방민원팀 소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