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실린 짐은 어디서 내릴 겁네까?』
『싣고 다니면서 뇌물로 고여야디, 기렇찮으면 오늘 중으로 량곡을 실을 수 있간? 보나마나 늘어 서 있을 게 뻔한데.』
『오늘도 늦어지면 어캅네까? 어젯밤 큰 비에 길이 험해진 곳이 많은데.』
『량정사업소에 가보구서리 결정하자우… 많이 늦어딜 것 같으면 월암리에 들어가서 좀 쉬었다 내일 새벽에 출발해야디 별 수 있갔어.』
『월암리 그 려성동무가 또 재워 주갔습네까? 지난번에도 신세를 많이 졌는데.』
『우리도 인사를 해야디. 빽타이(쌀밥) 지어먹게 입쌀도 좀 내려주고.』
『그 려성동무, 퍽 곱던데 결혼하실 겁네까?』
『모르갔어. 고향의 부모님이 좋아하실디….』
『고향의 부모님이 좋아하시면 정말 책임질 생각이십네까?』
『기럼 어칸? 갈라서더라도 지금은 책임질 생각을 가져야디.』
『어드렇게 알게 된 려성동뭅네까?』
『원래는 신대원훈련소를 같이 나온 영예군인(상이군인) 가족이야.』
『영예군인 가족이 밀주장사를?』
『남편 친구들이 찾아가서 술 사 달라구 매달리니까니 기렇게 되구 말았디.』
『마음씨는 고운 려성동무구만요.』
『기렇티. 기런데 말이야, 그 에미나이가 동무만 보면 자꾸 겁이 난데.』
『와 겁이 난답데까?』
『동무가 보위부에 꼬아 바칠까봐서리.』
『사관장 동지! 이 곽인구, 그런 사람 아닙네다.』
『나도 기렇게 안심은 시켰디. 동무는 절대로 나를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구.』
『그러니깐요?』
『기래두 믿디 못하갔다나, 골치 아플 때가 많아 야.』
『와 못 믿겠다고 그럽데까?』
『지난번에 갔을 때 밥상 날라주던 곱상한 안까이가 동무에게 잘해 주려고 해도 동무는 말도 한번 받아주지 않는다는 기야. 기러면서 나보고 조심하라잖아. 나만 에미나이하고 한방에 같이 있으면 덜미 잡힌다고.』
『사관장 동지! 믿어 주시라요. 량정사업소에 올 때마다 저를 그렇게 아껴주시고 은덕을 베풀어주시는데 어더렇게 내레 그런 갈고리질(고자질)을 할 수 있갔습네까?』
인구는 심한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사관장은 그때서야 뭔가 풀려간다는 듯 혼자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