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경제구역'성장 견인 … 中 전폭 지원
   
▲ 빈하이신구는 서해 바다와 맞닿아 있다. 각종 업무지구와 함께 동강보세구를 통한 자유무역지대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 중 200여개 입주현재까지 200억 달러 이상 투자

금융개혁 … 외환 결제·매입 자유첨단기술·해외기업 소득세 감면 GDP 목표 성장률 연 17% 달해

IFEZ, 신구와 다양한 교류사업정보교환 … 경쟁 우위 선점해야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와 인구를 가진 중국.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대국도 경제자유구역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함께 우호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중국 톈진(天津)시의 빈하이신구(濱海新區)가 바로 그 곳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이고 도요타, 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거 자리 잡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200여개가 입주한 최대 규모의 경제자유구역이기도 하다. 황해를 중심으로 중국 북부지역의 경제 거점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빈하이신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동반자인 동시에 가장 큰 경쟁자로 커 나가고 있다.

▲중국 북부의 경제 거점
빈하이신구는 중국 톈진시 동쪽 해안지역으로 50㎞ 떨어진 곳에 있다. 면적은 인천의 2배인 2270㎢, 인구는 152만명이다.

빈하이신구는 중국 내에서 '수도권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발해만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北京)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서부 내륙의 공업지역과 가까운 항구를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중국 동북지역과 서북지역을 연결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이유를 배경으로 빈하이신구를 선택했다. 1992년 중국 공산당은 제14차 전당대회에서 빈하이신구를 포함한 발해만 지역을 개방 대상과 개발 가속화 지역으로 선정한다.

이후 톈진시는 1994년 '빈하이신구 조성 10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개발 행보에 나서게 된다. 중국 중앙정부도 빈하이신구를 공식적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대내·외에 밝힌다. 2005년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가 빈하이신구를 제2의 국가종합개혁시범구로 지정한 이후 같은 해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가 빈하이신구를 전격 방문하며 빈하이신구의 발전에 불을 지폈다.

지금의 빈하이신구는 명실상부한 중국 최대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빈하이신구의 GDP(국내총생산)은 245억여달러. 우리 돈으로 26조3375억원에 달한다. 이는 인천 전체 GDP 49조380억여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10%를 크게 웃돈다.

빈하이신구는 각 기능에 따라 첨단 제조업지구, 첨단기술산업지구, 화학공업지구, 항만물류지구, 항공산업지구, 임해산업지구, 오락휴양지구, 비즈니스센터 등 8가지로 나뉘어 있다.

빈하이신구에 자리 잡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도 세계 500대 기업 중 200여개가 넘는다. 삼성전자와 도요타, 모토로라, 마쯔시타, 코카콜라, 하니웰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빈하이신구를 거점으로 중국 진출에 나서고 있다.

전체 5000여개의 해외 투자기업들은 지금까지 200억여달러를 빈하이신구에 투자했다. 특히, 빈하이신구는 국내 기업보다 해외 기업의 비중이 큰 데, 매출 상위 20개 기업을 따져보면 발해만 석유 개발을 위한 중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국 기업이다.
 

   
▲ 빈하이신구에는 업무 및 산업단지 뿐만 아니라 공원도 함께 조성돼 있다.


▲파격적인 정부 지원

빈하이신구가 성장하게 된 이면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국 중앙정부는 2006년 빈하이신구에 대한 5개 정책을 승인했다. 빈하이신구를 종합개혁시범 특구로 선정하는 것과 구역 내 동강보세항구 설립, 금융개혁, 건설용지 제공 확대,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소득세율을 15%로 감면하는 것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빈하이신구의 연구책임자로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임명했다. 이는 핵심적인 개혁·개방 정책의 집산지가 빈하이신구라는 점을 대내·외에 공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와 톈진시 정부는 빈하이신구를 대상으로 다양한 핵심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먼저 금융시장 개혁이다. 빈하이신구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시험 무대이다. 금융시장 육성과 개방, 산업투자기금 조성, 창업벤처금융, 금융업 종합경영, 다중제 금융기업 운영, 독립적인 외환관리 등 개방과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금융정책이 진행된다.

빈하이신구에서는 자유로운 외환 결제와 매입을 할 수 있다. 합법적인 투자기관을 통해 위엔화를 외환으로 환전할 수 있으며, 국외 투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쉬운 편이다.

강제적 외환 결제 및 매각제도, 관리감독 등 정부의 외환 관련 규제도 대부분 적용받지 않는다.

특히, 빈하이신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빈하이은행(渤海銀行)은 금융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 은행에는 미국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경영에 참여하며 선진 금융시스템과 기법을 전수하고 있으며, 기업 금융과 소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두 번째는 해외 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이다. 빈하이신구 입주 기업 가운데 첨단기술 관련 기업에 기업소득세의 15%를 감면하고 있다. 이는 상하이와 동등한 수준의 세금 혜택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정해진 범위 내에서 톈진시 정부가 자유롭게 면세 범위를 정해 지원하고 있다.

톈진항을 비롯한 동강보세구 역시 핵심 정책 중 하나이다. 빈하이신구에 입주한 기업들은 항만을 통해 국제중계무역과 배송, 구매, 수출가공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시행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세관, 세수 등 다양한 방면에 우대 정책이 적용된다. 톈진항 물동량은 4억t을 돌파했으며, 컨테이너도 1000만TEU에 달한다. 수출액은 2010년을 기준으로 226억달러이다.
 

   
 


▲IFEZ와 빈하이신구, 앞으로의 관계는

IFEZ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관리하듯이 관리위원회라는 조직이 빈하이신구를 담당하고 있다. 관리위원회는 4국 2실 3중심 1연구원 1기업 체제로 움직인다. 4국에 경제·건설·투·융자·과학기술 발전국이 있고, 2실에 판공실과 정책법규연구실이 편성돼 있다. 3중심에는 토지정리비축센터, 재무관리센터, 통합투자서비스센터가 기능하며, 빈하이종합발전연구원과 기초시설건설투자 유한회사가 관리위원회를 이룬다.

인천시는 이미 톈진시 정부, 빈하이신구 관리위원회와 우호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1년 단위로 공무원 파견 교류를 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과 빈하이국제공항 사이에 매일 3편씩 항공기가 오가고 있다. 다양한 교류 사업 역시 진행되고 있다. 2011년에는 인천시가 이례적으로 150명 규모의 경제협력단을 빈하이신구에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빈하이신구는 IFEZ의 강력한 맞수이기도 하다. IFEZ가 먼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빈하이신구가 무섭게 쫓아왔기 때문이다.

빈하이신구는 초·중·고·대학교육이 모두 개방돼 있으며, 제도적 규제가 IFEZ보다 덜한 편이다. 정부의 기반시설 지원, 초기투자비 및 운영비 대출 등 자금 지원도 IFEZ보다 더 큰 편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빈하이신구에 투자된 자금도 60조원에 달한다.

IFEZ가 빈하이신구와의 경쟁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선 투자 관련 제도 정비 및 규제 완화, 정부 지원 확대, 빈하이신구와의 교류 및 정보 교환 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빈하이신구의 항만물류지구 전경. /사진제공=빈하이신구관리위원회


▲빈하이신구의 미래

빈하이신구의 GDP 목표 성장률 무려 연평균 17%에 달한다. 중국 정부와 톈진시가 빈하이신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톈진시는 지난 8월 빈하이신구 동강보세구를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는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5년 이내에 10조원을 투자하고 매립을 통해 40㎢의 땅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자유무역지대는 중국 정부가 주되게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이다. 만약 동강보세구가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된다면 빈하이신구의 경제 규모는 한 차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