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김성수 해관사료 수집 연구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 발굴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지를 발굴한 김성수(사진)씨는 이번 자료발굴을 위해 7년 간 자료를 뒤졌다고 밝혔다.

김 씨로부터 발굴과정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제물포지도는 언제부터 작업을 시작해 어떻게 발견한 것인가.

-우리 해관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6년부터다.

당시 서울세관에서는 학예사를 고용해 관세박물관 수장고 유물을 전수조사하고 그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아무 관련없던 내게 우연히 아주 낡은 문서철을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문서철을 찾아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길 때 편철돼 있던 종이가 너무 산화돼 유리가 깨지듯 바스라지는 이 문서들이 개항기 인천해관에서 서울에 있는 대조선해관 총세무사 묄렌도르프(P. G. von Mollendorff)에게 보고한 공문서라는 것은 곧 알게 됐다.

당시 서울대학교 이태진 교수(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게 연락해 문서가치를 확인한 후, 관세청을 설득해 고문서를 복원하는 전문기관에 위탁해 문서를 보존처리하고 전체를 사진촬영하며 뜻 있는 직원들과 문서해독에 착수했다.

그렇게 나타난 성과가 2007년 'Despatches from Chemulpo'라는 영인본,번역본 500부다.

그렇게 보존을 마친 문서철은 서울특별시 문화재로 등록됐다.

이 문서는 1885년 9월까지 기록만 1권 편철돼 있어 그 외의 문서들의 행방은 아무리 찾아도 묘연한 상태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의 도서관을 찾고 헤멘지 6년만에 겨우 이 지도가 포함된 일련의 해관문서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내 목표는 단순히 제물포지도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해관사를 추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근대사와 개항사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시기의 우리 역사에 오류와 누락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얻은 나름의 결론이 '해관사'를 통해 우리 '근대사'를 비춰보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2006년 '문화세관 프로젝트'로 이름붙이고 해관문서를 영인, 번역해 500권의 책으로 출간한 때 얻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제물포지도 발굴의 의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천에는 다른 곳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든 '인천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천을 연구하고 끔찍히 사랑하는 분들이 풍부한 지역적 정서를 지니고 있다.

나도 몇 차례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열정적인 장내 분위기를 감지하고, 도전이 되기도 했지만 업무상 적극적으로 활동을 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 사료발굴을 통해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다.

이번의 제물포지도, 엄밀하게 말하면 제목 그대로 스케치가 되겠지만, 인천해관의 직원 손으로 직접 그리고 적어놓은 글로 인해 그 동안의 해묵은 논란이 깨끗하게 종식됐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 지도 발굴로 앞으로 우리나라 역사교과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지도는 구한말 해관에서 수행했던 다양한 업무들이 우리나라 근대화과정에서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료다.

오랜 유자(儒者)들의 나라 조선 청년들이 오랜 쇄국의 꿈에서 깨어나 용기를 내어 영어를 배우고, 해관에 배치돼 혹은 독립운동가로, 혹은 교육가로나 조선과 대한제국의 관리로 성장하면서 남긴 공적들은 이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미수호통상조약체결지는 물론이고 개항기에 해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교과서에서 다뤄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인천의 개항역사에 관련해 어떤 연구를 할 생각인가.

-인천은 개항기 조선에서 가장 먼저 해관(세관)이 설치된 곳이다.

그래서 오늘날 인천을 인천답게 만든 하나의 기관이 있다면 저는 감히 인천해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인천에서 해관의 역할을 사료를 통해 밝히고 널리 알리고 싶다.

그래서 해외소재 사료를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고, 현재 확보하고 있는 사료의 영인, 번역 출판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물론, 자금이나 인력 등 다소 어려움도 예상되지만 인천은 개항기연구가 매우 활발한 곳이고 연구단체도 많다.

화도진도서관에서는 개항기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

또 조우성 선생님 등 역사문화에 대해 명망있으신 분들도 계시므로 가까운 시일내에 '해관역사 연구포럼'을 발족시키고 관심있는 분들의 열정을 하나로 결집할 것이다.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