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암리에서 생긴일(4)

 군대의 병실(兵室)에서만 생활해서 그럴까. 민가의 방은 앉아있기만 해도 고향생각이 묻어 나왔다.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안방 좌측 벽에 책꽂이가 놓여있고, TV와 재봉틀등 고향집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다가왔다.

 할머니도 많이 늙으셨갔지….

 인구는 재봉틀 앞에서 동생 인숙이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던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보다 졸았다. 사관장도 마찬가지였다. 인구가 방으로 들어와 자리에 눕는 것을 보고 눈을 감았는데 금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아댔다. 사관장은 한참 후 강영실 동무가 방으로 들어와 깨울 때야 눈을 떴다.

 『저쪽 방으로 건너가 점심 드시라요.』

 『밥 됐네?』

 강영실 동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관장은 인구와 함께 성복순 동무의 방으로 건너갔다. 방 복판에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네 사람은 함께 자리에 앉았다.

 뜨끈뜨끈한 두부와 갓 버무린듯한 남새김치, 벌겋게 양념을 넣어 볶아놓은 닭고기와 하얀 이밥이 금시 군침을 돌게 했다.

 『동무, 날래 먹으라.』

 인구는 맛있게 이밥을 지어준 두 여성 동무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하얀 이밥은 고향을 떠나온 이후 처음이었다. 닭고기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별미 음식이었다.

 인구는 사관장이 시키는 대로 꼭꼭 씹어 한껏 먹었다. 늘 등가죽에 붙어 있는 듯한 배가 모처럼 볼록해졌다.

 거기다 사관장이 권하는 밀주까지 한 잔 받아 마시고 나니까 금시 얼굴이 불콰해지면서 또 잠이 몰려왔다. 사관장도 반주로 마신 술이 취하는지 홍시 익는 냄새가 풍겼다.

 『동무, 더 자고 싶디?』

 『네.』

 『내가 깨울 때까지 자라. 부대로 들어갈 때 졸디 않게서리.』

 『알갔습네다. 그럼 차에 가서 좀 더 자갔습네다.』

 『와 차에 가서 자?』

 『사관장 동지도 좀 쉬셔야지요.』

 『쉬면 같이 쉬어야디 왜 동무만 차에 가서 기다려. 전기 들어오면 깨울 테니까니 이방에서 편하게 자라우.』

 사관장은 밥상이 나가자 강영실 동무에게 인구의 잠자리를 봐주라고 했다. 인구는 밖에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다. 모자와 상의를 벗어놓고 셔츠 차림으로 요때기 위에 누워 이불까지 덮으니까 금시 또 잠이 쏟아졌다. 그는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는 마음놓고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풀었다.

 그러고 얼마나 잤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잠결에 누군가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만지는 것 같고 누군가가 누워있는 느낌이 들었다. 인구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눈을 떴다. 화장품 냄새가 풍겨왔고 보들보들한 여자의 속살이 닿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