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정체성 탓 … 뿌리 못내리는'풀뿌리 민주주의'
   
 
   
▲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 지난 11일 인천시 남구 학익동 인주중학교에 마련된 학익1동 제3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인천의 투표율은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일보 자료사진


잔치는 끝났고 결과는 남았다.
지난 11일 치러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인천은 투표율 전국 최하위라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200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50.9%의 투표율로
전국 13위까지 상승했던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지역 투표율이 왜 낮을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를 통해
인천지역 투표율을 분석해 보고 투표율이 낮은 이유,
이를 타파할 방법은 없는지 분석해 본다.



▲끈질긴 '투표율 꼴찌'

이번 총선에서 인천지역 유권자 220만8천24명 중 113만4천924명이 권리를 행사했다. 투표율 51.4%를 기록, 세종시 포함 17개 광역시·도에서 17위를 차지했다.

국회의원 선거만 놓고 보면 1988년 70.1%를 기록 14개 광역시·도에서 13위를 기록한 이후 1992년 15개중 14위, 1996년·2000년 최하위, 2004년 16개중 15위 등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희망적이라면 전국 투표율과의 차이가 다소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1988년이 5.7%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것을 시작으로 3.2~3.9%p 차이를 보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2.9%p로 차이가 좁혀졌다.

지방선거는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는 아주 절망적이다. 제5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분석해 보면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2006년 지방선거까지 모두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국 투표율과의 차이도 5.6(1995년)~9.6(2002년)%p에 달했다. 다만 제5회 지방선거는 50.9%의 투표율로 16개 광역시·도중 13위를 차지했고 차이도 3.6%p에 불과했다.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대선에서는 순위도 높고 투표율 차이도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서는 차이가 미비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1987년 선거에서는 88.1%로 14개 광역시·도중 13위, 1992년 80.3%로 15개중 13위, 1997년 80.0%로 16개중 8위를 차지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67.8%로 14위, 2006년 60.3%로 15위에 올랐다. 전국 투표율과 차이도 0.7(1997년)~3.0(2002년)%p로 총선과 지방선거에 비해서는 격차가 크지 않다.
 

   
 


▲낮은 투표율 원인 찾아보니

2010년 지방선거를 제외한 주요 3대 선거를 분석해 보면 인천지역 유권자들은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는 무관심 정도가 크고 대신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에는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유독 낮은 인천지역 투표율과 지방선거보다는 대선에 관심이 쏠리는 유권자들의 행태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인천대학교 이준한 교수가 2011년 인천학연구소에 발표한 '인천광역시 투표율의 결정요인에 대한 분석 - 투표참여를 통해 본 인천의 정치문화'에 따르면 선거의 중요도가 대선에서 총선으로, 그리고 지방선거로 낮아질수록 인천의 투표율이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더 낮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인천에는 꾸준히 투표하는 충실한 유권자가 적은 반면 선거에 따라 유행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인천의 상주인구 비율이 절대값상 100%에서 멀수록, 즉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투표율이 낮아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된다.

인천에는 서울 등으로 향하는 유동인구가 많아 인천 인구의 정체성이 형성되는데 부정적이고 이에 따라 인천의 투표율이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인천의 각 구에 있어서 인구이동률이 높고 아파트 거주비율이 높을수록 투표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인천의 구·군별 평균 투표율과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사이에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이다.

이준한 교수는 "인천의 산업구조나 인천유권자의 정치적 냉소주의 혹은 무관심 등은 인천의 투표율에 중요한 요인이 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과 비슷한 산업구조와 부산이라는 대도시를 갖고 있는 울산과 비교해 봐도 상주비율이 100%에 가까운 울산은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반면 상주비율이 떨어지는 인천은 낮은 투표율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천대학교 행정대학원 김경선씨의 정치학석사논문(2009년 2월) '인천유권자의 투표참여와 특징에 대한 고찰'에서도 거주인구(야간)분의 유동인구(낮) 비율로 상주인구를 산출한 결과 인천의 상주인구비율이 크고 인구이동율이 높아 지역의 정체성이 약한 측면이 강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총선 이후 송영길 인천시장은 낮은 투표율에 대해 "인천의 투표율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투표하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지역정체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인천에는 가난한 서민이 많아 투표소를 찾지 못한 요인도 있다"고 진단했다. 시민들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 참여가 힘든 중소제조업 종사자가 많다는 점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선거날 대부분 휴무하는 대기업 사업장과 달리 공휴일에도 출근을 해야 하고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선 사업주의 눈치를 봐야하는 곳이 많아 투표율이 낮다는 것이다.
 

   
 


▲투표율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선거참여 독려활동과 함께 인센티브 제공 등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또 다시 투표율 최하위에 머물자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와 인천시, 그리고 지역사회의 소극적인 선거 참여 독려 활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상당한 수준의 투표 독려활동을 전개했지만 인천지역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야권에서 관권시비 우려로 제대로 독려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시 선관위에서도 나름 투표 독려활동을 벌였지만 시민사회가 함께 하기 보다는 독자적인 활동으로 독려활동에 한계를 보였다. 시민사회에서는 상당수 시민사회단체가 범야권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한 야권연대 활동에 돌입하면서 공명선거 활동이나 투표독려에 나서기 어려운 처지였다.

투표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2010년 사회과학연구에 게재한 '한국의 투표 인센티브제에 대한 평가'에서 "아무리 설문조사에서 유권자가 취업에 가산점을 주고 입장료를 할인해줄 때 투표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해도 현실에서는 여전히 투표하러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천의 시민사회는 유권자가 아닌 정치권, 즉 정치공급자가 제대로 된 물건(정치)을 만들어 소비자(유권자)에게 구매해 달라고 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51.0%의 투표율로 대구(45.9%), 부산(49.5%), 광주(49.8%) 보다 앞서 탈꼴찌에 성공한 것을 주목대상으로 삼았다.

비록 투표율은 최하위였지만 평균 투표율과 격차가 2.9%p 차이에 불과했던 이번 총선에서 정치냉소주의와 무관심을 파타하기 위해 전국·인천현안과 선거구별 현안발굴과 후보자 설문조사 등에 나선 인천총선정책네트워크 등의 활동도 주목된다.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