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정보 등록에서 화학적 거세까지


 

   
▲ 인천지방법원 판사 박이규

성폭력 범죄 예방책들이 속속 마련되고 시행되면서 아동 청소년이 피해자인 경우에 한하여 이용되던 각종 제도들이 지난달 16일부터는 성년이 피해자인 경우를 포함하여 성폭력 범죄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되게 됐다.

최근 새롭게 시행된 제도로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 신상정보 공개, 신상정보 고지, 위치추적장치 부착 등이 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성범죄자의 성명, 주소 등과 같은 신상정보를 국가기관에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고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위와 같이 등록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여성가족부 등이 관리하는 인터넷사이트(www.sexoffender.go.kr)를 통해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며 신상정보 고지제도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일정 주민들에게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우편으로 알려주는 제도다.

또 위치추적장치 부착제도는 성범죄자로 하여금 일정기간 동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이동 경로를 탐지하는 장치를 신체에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편 오는 7월2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성충동 약물치료제도는 성폭력 범죄자의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기능을 일정기간 약화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들은 모두 피해자에게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을 발생시키는 성폭력 범죄의 발생을 막는 한편, 성폭력 범죄인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길을 철저히 봉쇄해 버림으로써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도들에 대하여는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각 역시 적지 않다.

신상정보 공개제도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알려짐에 따라 피고인은 물론 피고인의 가족, 친척들까지 범죄인과 혈연이라는 눈총을 받게 되어 현대판 연좌제라는 우려가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가족인 경우에는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로 자칫 피해자의 신상이 알려지게 되어 오히려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초래하게 되는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한다.

신상정보 고지제도에 대하여는 범죄인의 이웃들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안겨주고, 범죄인과 이웃들을 필요 이상으로 격리시키게 됨에 따라 범죄인이 이웃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과거를 잊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현대판 주홍글씨라는 지적도 있다.

위치추적장치 부착제도 역시 범죄인으로 하여금 대인관계나 취업 등을 포기한 채 폐쇄적인 생활을 하도록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의지까지 잘라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에 대해서는 약물의 힘을 빌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범죄자에 대한 물리적 거세와 다를 바 없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실현이라는 우리 사회 최고의 가치와 이상을 포기하고 야만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형사 법정에서 종종 고개 숙인 성폭력 범죄 피고인을 접하게 된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형벌이 강화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새로운 제도들이 속속 시행됨에 따라 피고인들은 경솔한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상황에 두려워하고 후회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성폭력 범죄인들은 우리 주변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나 가족 구성원들이므로 종종 방청석에서 피고인보다도 더 절망에 빠진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피고인의 아내나 부모, 자녀들을 발견하게 된다.

적지 않은 경우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가정을 파괴할 뿐 아니라 피고인 자신의 가정까지도 해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정에서 다루어지는 적지 않은 성폭력 범죄 사건의 시작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그리 낯설지 않은 상황에서 출발해 대개 음주 상황에서 빚어지는 남녀 사이의 성인식이나 성적 행동에 대한 오해가 촉매제가 되어 결국은 예상하지 못했던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성폭력 범죄가 초래하는 엄청난 결과를 자주 접하면서 우리 사회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게 평소 당연시하거나 가볍게 생각했던 자신의 성문화에 대한 인식, 성적 언행들을 한번쯤 되돌아보고 차분하게 점검해 볼 것을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