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식 건물에 각종 첨단장비뿐 … 구수한 입담 등 해설사 부재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과 함께 새로 지은 강화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

고인돌 유적지 바로 옆에 세운 박물관은 최신식 건물에다 각종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가기 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다.

과연 현장에 도착해보니 깨끗한 외관에다 투명유리로 된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한껏 기대를 부풀게 했다.
입구에는 기존 박물관에서 볼 수 없었던 에스컬레이터까지 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박물관에 대한 소개나 설명을 듣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박물관들은 대부분 전시실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해설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분들은 단순히 전시해 놓은 유물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물의 유래나 그를 둘러싼 재미있는 뒷얘기를 방문객들에게 건네준다.

거기에다 그 지역의 역사는 물론 한국역사 전반까지 재미있고 구수한 입담을 통해 전해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한 시간이 넘는 해설을 아픈 다리를 참아가면서 듣게 된다.

하지만 이 박물관은 해설사를 두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듯했다.

해설사의 안내를 신청하기 위해 안내하시는 분께 물어보자 '그런 제도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군청에 전화를 해보니 '하반기에나 가야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박물관을 짓는데 무려 140억 원의 돈이 들었다고 한다. 지하층도 갖춘 2층짜리 초현대식 박물관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해설사를 대신할 음성해설기까지 갖추고 있지 않았다.

어느 박물관에나 빠지지 않고 비치해 놓는 필수장비인데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지은 이곳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박물관을 나와 바로 옆 고인돌 유적지에 가보니 오히려 고인돌 하나 이외에는 별다른 유적이 없는 이곳에는 해설사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해설사 제도를 운영하는 데는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다.

백제의 고도 충남 부여국립박물관 직원은 "해설사는 전직 교사, 전공 학생 등 대부분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분들로 운영돼 특별한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올해는 강화에서 팔만대장경을 만든 지 1천 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인천시와 강화군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런저런 행사를 준비한다는 말도 들었다.

강화군은 군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강화지역에 더욱 많은 관광객과 가족들이 찾아와서, 보고, 듣고, 배우며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최승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