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퇴직하고 어머니의 고향인 강화 교동에 구경을 갔다.

섬이라 오염도 없고 공기가 좋아서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논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여기 파는 집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아랫집을 소개했다.

사람이 안사는 집이라 처음에는 좋지 않았지만 양철지붕을 올리고 가꾸니 그럴 듯 해져서 이제는 거꾸로 팔지 않겠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려서 시골에서 자라서 재래식 변소도 자연스럽다.

아내는 변소부터 수세식으로 바꾸자고 하지만 시골에서는 똥, 오줌을 흙속으로 보내 거름으로 써야 순리에 맞다.

손으로 빨래하기 힘들고 냉장고가 작아 음식물을 많이 넣을 수 없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얼마 전 아내는 과단성 있게 짐차를 불러서 김치냉장고, 세탁기, 난로 등을 싣고 한 살림 장만했다.

그간 아내는 시골에 와서 살려면 이웃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며, 먹을 것을 사다가 이웃에게 주고 또 얻어먹기도 했다.

텃밭에 농작물을 심을 때는 이웃 할머니들에게 자문과 도움을 받았다.

아내는 아파트에 살면서 반상회도 없이 윗집 아랫집이 이사 가고 오는 것도 모르는 '단절된 생활'을 내키지 않아했다.

아파트가 겨울에 춥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들고 편리한 점이 많은 반면에 시골처럼 흙냄새 맡고 새소리,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근래에는 아내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시골에 집 장만하지 않았으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요."
시골을 못살 곳으로 알던 아내가 어느새 시골 예찬론자로 변했다.

시골에 가야 뾰족한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텃밭에 감자, 고추, 야채 등을 심고 새싹이 나고 자라는 것을 보는 게 고작이다.

운동 삼아 들길, 산길을 걷고 , 바닷가로 나가 구경하고 새우, 중하라도 나오면 사다 먹기도 한다.

시골에는 사람 보기 귀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북한이 지척인데 전방기분이 들지 않는다. 밤에는 깊은 잠을 잘 수가 있다. 새 우는 소리, 닭 우는 소리, 밤에 개 짓는 소리도 시끄럽지 않으니 사람의 심리는 묘하다.
아내는 달력을 보더니 금요일에 뭍으로 나가서 화요일에 돌아오자고 한다. 노년에는 아내의 눈치를 본다고 하는데, 아내의 뜻을 거역할 수 있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될 까.

별 일, 별재미가 없어 보이는 시골 생활이 아내와 나는 점점 더 좋아진다.

/한돈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