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市長)이 시민(市民)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시민은 시장에게 약속을 부여한 사람이다.

시장이 되려는 사람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 뒤에 식단을 만들고 선거에 나선다. 그 그림에는 공원도 있고 분수가 물을 뿜고 어린이 놀이터가 있지만 그 주변은 뿌옇게 그려져 있기 일쑤다.

이른 바 공약(公約)인데 이것이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공약(公約)을 시장 개인이나 측근의 입맛에 맞게 살짝 바꿔놓기도 한다.

4년이 지나도록 시민은 살기에 바빠서 까맣게 잊고 있는 동안 시민들이 산책하는 머리위로 모노레일이 생기는 것은 이런 이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언론인데, 이 또한 이리저리 입맛을 다시다 보면 시민들은 갈팡질팡하다가 정치 불감증에 걸리기 마련이고 현실성 없는 공약에 표를 던지게 된다.

이번 동남권신공항 철회는 오랜만에 솔직한 고백이었지만 감춰진 꼬리가 걱정스럽다.

국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에도 그런 문제가 없는지 언론은 체계적으로 세심히 살펴볼 일이다.

공약의 재검토와 재임기간 중 실현 가능한 것들을 시민들에게 요약 정리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소통(疏通)이 참 신통(神通)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좋은 시장이 있으려면 좋은 시민과 좋은 언론이 있어야 한다.

좋은 시장이 되도록 때로는 돕기도, 때로는 격려하기도 하고 채찍질하기도 해야 한다. 제물포고등학교의 명성에는 진정으로 학생을 사랑했던 길영희 교장이 있었지만 그가 우수학생들만 모아 1등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도 올스타만을 뽑아 SK를 우승시킨 것도 아니고 또 송도에 경기장을 옮겨 관객들을 모은 것도 아니었다.

인하대학교의 옛날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안역에 서울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의 긴 줄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을 것이다. 오히려 그 브랜드로 인천에 전학 오는 기숙학교를 만드는 것이 더 전향적 발상은 아닐까? 내가 만났던 어떤 제물포고등학교 출신은 영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漢字에도 능숙했었다.

오히려 외국인 고등학생들이 제물포고에 진학하는 국제학교를 만드는 발상은 또 어떨까?

1등에 대한 생각에는 OECD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꼭 따라 다닌다. 나막신 신고 양산을 쓴다고 꼭 근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해진 것들에 대해 새로운 발상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양효성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