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오랫동안 살다가 부천으로 이사를 갔다. 부친께서 부천에서 제일 싼 가게 집을 산 것이 지금의 원미동 집이다. 말년에 세를 받아 용돈을 쓸 생각에서였다.

그 당시 원미동은 농촌과 같았고 2층 가게 집은 동네에서 드물었다. 동네에는 공단도 있어서 아버지 소원대로 되었다.

세월이 지나 중동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원미동에 있던 시청도 중동으로 옮겨갔다.

공장도 인천으로 옮겨가면서 상권이 죽어서 지금은 월세 받기도 힘든 정도가 되었다.

세월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최근에는 있는 집들을 헐고 뉴타운을 만든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중동신도시를 만들 때는 대부분 논, 밭이었기 때문에 해결이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 건물을 헐고 새 아파트를 지어야 하니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 따라 합의가 돼 시작단계인 곳도 있지만 합의가 안 되서 찬성, 반대로 나뉘어 싸우는 곳들이 더 많다.

낡은 살림집을 가진 사람들은 찬성하는 것 같고, 길거리 가겟집이나 빌딩을 가진 사람들은 결사반대를 하고 있다.

식료품 가게를 하는 어떤 분은 "아파트를 받는다고 돈이 나옵니까, 밥이 나옵니까"하며 승낙서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얼씬도 못하게 한다.

재개발 이야기만 나오면 밤에 잠도 못잔다는 건물 주인 여자 분도 있다.

주택개발 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에서는 수시로 안내서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온다.

동의서를 제출해 주면 사업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거리 전선주에는 잘못 승낙서에 도장을 찍어주면 재산이 날아갈 수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조합이니 추진위원회이니 하는 단체들을 불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나 국가에서 책임지는 공영개발을 한다면 몰라도 믿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몇 년씩 찬, 반 양론으로 나뉘어 다투면서 불안해 하는 주민들이 점점 더 늘어간다.

집이 낡아서 다시 고치거나 헐고 지어야 하는데도, 재건축 얘기 때문에 손도 못 대고 세월만 보내고 있다.

원미동 동네는 경기가 죽고 헌집도 많지만 아직 오래 살 수 있는 집들도 많다. 멀쩡한 집들을 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돈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