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청량중 문길모 교장, 화장실부터 에어컨까지 손수 고쳐


인천 연수구 청량중학교를 방문하는 날이면 공구 통을 들고 학교 여기저기를 누비는 아저씨 한분과 마주치게 된다.

허름한 작업복에 목장갑을 끼고 다니는 이 아저씨는 화장실, 수도관, 에어컨까지 못 고치는 것이 없는 '맥가이버'로 통한다.
 

   
▲ 지난 11일 열린'동양란 기르기'강좌에서 문길모 교장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학교를 처음 찾는 학부모들이나 신입생들은 당연하다는 듯 '아저씨'라고 부르며 이것 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분이 이 학교 문길모(61) 교장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이 학교 멀티미디어실에서는 학부모와 주민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양란 기르기' 강좌가 펼쳐졌다.

재료비 만원만 내면 재미있는 얘기가 곁들여진 '난 기르기 교육'과 함께 8만 원짜리 난 화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행사다.

학부모들이 '만원의 행복'이라고 부르는 이 강좌도 문 교장이 강의를 맡고 있다.

난 재배에 남다른 식견과 경험을 가진 문 교장은 벌써 5년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DIY 원목쟁반', '전통부채 만들기' 무료강좌도 열 계획이란다.

문 교장이 매년 학부모를 초청해 직접 강단에 서는 컴퓨터 교육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다.

문 교장의 뛰어난 컴퓨터 실력은, 인천시 교육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연히 교사들도 동영상 제작법과 엑셀, 파워포인트 교육을 문 교장에게 받는다.

'재주가 많으면 일복이 터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문 교장이 흔히 듣는 농담이다.

정년을 1년 앞둔 그는 그럴수록 더 바쁘게 뛰어다닌다. 마지막 남은 교직 생활 1년을 후회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각오에서다.

오늘도 공구 통을 둘러메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그의 희끗희끗한 은백색 머릿결이, 찬란한 황금빛 황혼과 아름답게 겹쳐진다.

/김오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