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문화사랑모임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하고 인터넷에 인천문화달력을 만들면 어떨까? 이 홈페이지에 인천의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 음악당 등의 행사를 열거하고 작가와 동호인들이 함께 메일보내기를 하면 정보의 공유속도가 배가되지 않을까?

도시란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서 군중 속의 고독을 절감하는 단절의 공간인지도 모른다. 사교의 마당이 이 단절을 해소하는 유일한 공간인데 이마저 작가와 애호가 쌍방향의 대화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고 애호가들은 보다 절실한 마당을 찾기 마련이다. 알고 보면 예술가들은 팬[同好人]이라는 줄기와 잎사귀에서 피어나는 꽃이 아닌가? 문화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을 결집하는 텃밭을 가는 것이 우선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텃밭은 누가 일궈야 하는가? 배다리 시낭송회의 경우를 들어보자. 주인 곽현숙씨는 책방을 30년 경영하면서 단골을 만들고 그들이 詩를 좋아하게 되자 사재를 털어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인을 초청했다. 3년의 세월이 지나고 30여명의 시인들이 이 다락방에 다녀갔으며 연인원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詩를 읽었다. 16회에 '먹염바다'라는 시를 낭송한 이세기 시인은 2년 뒤에는 '언 손'이라는 시집을 더했고 신포동 시인 이종복도 이곳에서 詩를 읽고 또 두 권의 시집을 냈다. 드디어 올해에는 낭송분야의 권위인 KBS의 '낭독의 발견'이 바로 이 다락방에서 진행되어 전국의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막 39회 홍승주 시인의 낭송회가 끝나고 그 시간 그 자리에 가면 詩를 만날 수 있다는 시민들은 개코막걸리에 가서 못다 한 정담을 나누기도 한다. 이는 '시민문화의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지금은 죽산 조봉암의 도서 전시가 여기서 열리고 있다. 이 경우는 한 시민의 헌신과 희생과 시를 지탱하는 애호가들이 있어 가능했다.

민간주도가 아닌 관 주도로는 아트프랫폼에 자리 잡은 인천문화재단을 들 수 있는데 시민회관과 부평, 송도, 강화 등에 산재한 문화행사를 애호가들과 밀착시키기에는 벅차 보인다.

인천영상위원회에서 배다리, 시낭송회 기록필름을 만들어 보관한다면 이창동의 詩2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의 문화면과 독지가가 힘을 모아 문화달력을 만들고 예술가와 동호인을 자주 만나게 할 수 있다면 시민들을 바보상자에서 끌어내, 보다 활기찬 문화인천광장에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1천명에 육박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몇 십 명이라면 문화사랑 네트워크의 힘은 얼마나 불어날 것인가? 지금은 꽃샘바람이 불지만 바람이 그치면 그만큼 빨리 꽃은 피지 않을까.

/양효성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