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보험사의 세일즈맨으로 근무하는 갑은 월말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의 처인 을의 이름으로 을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A보험사의 다른 직원이 을의 서명을 대신하고 위 보험계약 직후 을은 건강진단서를 작성해 A보험사에 제출했으며 을의 계좌에서 5년간 보험료가 이체됐다. 그 후 을이 사망해 갑이 보험금지급을 청구하자 A보험사는 보험금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계약자가 자기 이외의 제3자를 피보험자로 한 생명보험을 타인의 생명보험이라 하는데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타인의 생명보험계약 체결시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면 강행법규인 상법 제73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배돼 그 보험계약은 무효가 된다.

앞서 본 사안은 을이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이므로 엄격한 의미에서는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안에서 "상법 제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및 선량한 풍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규정인바 제3자가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타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해 체결한 생명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상법 제731조 제1항에 의하면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해야하는 시점은 '보험계약 체결시까지'이고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이에 위반한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 성립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다면 그 보험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피보험자가 이미 무효가 된 보험계약을 추인했다 해도 그 보험계약이 유효로 될 수는 없다"고 했다(대법원 2010.2. 11. 선고 2009다74007 판결 등).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갑이 을의 동의 없이 을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해 체결한 생명보험계약은 상법 제731조 제1항 소정의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 성립 당시 을의 서면동의가 없었다면 그 보험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을이 계약 체결 후 곧바로 건강진단을 받고 보험료를 납입함으로써 무효인 위 보험계약을 추인했다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이 유효로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A보험사의 보험금지급거절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