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판사 김상훈

자동차종합보험과 형사책임

 

   
 

과거에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도 흔히 말하는 '10대 중과실 사고'와 '뺑소니 사고'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을 경우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 제4조 제1항] '10대 중과실 사고'란 교특법 제3조 제2항 단서에 규정된 예외사유들로서 ① 신호위반 ② 중앙선침범 ③ 제한속도 시속 20킬로미터 초과 ④ 앞지르기 또는 끼어들기 금지위반 ⑤ 철길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⑥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 위반 ⑦ 무면허운전 ⑧ 음주운전 또는 약물복용 후 운전 ⑨ 보도침범 또는 보도횡단방법 위반 ⑩ 승객추락방지의무 위반이다.

여기에 교특법이 개정돼 지난해 12월 21일부터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 중 어린이를 다치게 한 경우'도 위 예외사유에 포함돼 이제는 '11대 중과실 사고'라고 불러야 맞을 것이다. 또 올해 1월 25일부터는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이 경찰의 '음주측정요구를 거부'한 경우도 종합보험가입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추가됐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힌 경우도 전치 2·3주의 경상에서부터 평생 후유장애가 남는 중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종합보험에만 가입돼 있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교특법 조항 중 '교통사고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해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 즉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까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헌법재판소 2009년 2월 26일 선고 2005 헌마764, 2008 헌마118).

이에 따라 교특법도 올해 1월 25일 개정돼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어느 정도의 상해가 '중상해'에 해당되는지는 법원이 판례를 통해 그 범위를 확정해나가야 하겠지만 사고로 인한 사지마비와 뇌 손상에 따른 인지기능저하, 외상성 치매, 의식장애,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된 경우를 중상해로 처벌한 판결례가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힌 경우에도 앞서 말한 '11대 중과실 사고'와 '뺑소니 사고' 및 '음주측정거부'에 해당되지 않고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역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 결국 중상해를 입히는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하는 것이 형사처벌을 피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더욱 좋은 방법은 안전운전으로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