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모두를 기쁘게 할 수 있겠는가?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김하늘

 

   
 

예전에 필자가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에서 평판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지원장으로 오신 부장판사님은 원래 공주에서 태어나신 분으로 서도에 깊은 취미를 가지신 분이었는데 그 분이 근무하시던 집무실에는 그 분이 스스로 보물 1호라고 아끼시던 '但求無愧我心'이라고 쓰인 족자가 걸려 있었다.

그 분의 말씀에 의하면 이 글귀는 자신에게 서도를 가르친 스승되시는 분이 자신이 고향인 공주지원장으로 발령받았다고 인사드리러 가자 직접 써 주신 글귀라고 한다. 원래의 문장은 '기능진여인의(豈能盡如人意), 단구무괴아심(但求無愧我心)'이 서로 대구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 의미는 "어찌 다른 사람들의 뜻을 모두 헤아릴 수 있겠는가?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당시 그 분은 고향인 공주지원장으로 발령을 받게 되자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바가 많았는데 스승으로부터 위 글귀를 받게 되자 그야말로 눈앞이 환해지고 헝클어진 머릿속이 일시에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판사라는 직업이 본래 대립되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시비를 가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에게서 죄의 유무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다른 편으로부터는 원망을 듣게 마련이니 정말로 판사가 어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법원에 오는 사건 하나하나가 당사자로서는 평생의 큰일이요 절박한 벼랑 끝에서 간절한 기대감을 갖고 법원을 찾아오는 것이니 판사가 어차피 한 편으로부터는 원망을 듣기 마련이라는 핑계로 어찌 그 처리를 소홀히 하거나 편파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왜냐하면 비록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모를 수 있어도 내 자신의 양심은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