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건물 권리관계 자세히 살펴야


 

   
▲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한영환

민사사건을 맡다 보면 서민이 법률지식 부족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경우를 보게 된다.

반대편 당사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므로 법원이 그 피해를 구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인들 각자가 계약체결시 스스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사업자인 A씨가 토지 소유자인 B씨와 동업으로 B씨 소유 땅에 상가를 짓기로 하고 공사를 하던 중 A씨와 B씨가 공사비 문제로 다투게 돼 결국 A씨 혼자 건축주로 공사를 마치고 건물에 대한 소유권 보존등기를 완료했다.

C씨는 식당영업을 위해 가게를 구하러 다니다가 시세보다 싸게 나온 위 상가를 광고지에서 보고 상가를 직접 찾아갔다. C씨는 법률지식이 부족해 토지의 소유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상가건물만 A씨의 소유로 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상가 내 가게를 임차했다. 그후 B씨가 부도가 나 위 토지가 경매됐고 D씨가 경락을 받았다.

D씨는 경락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C씨에게 가게에서 퇴거하고 인도 완료일까지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경우 C씨는 가게에서 퇴거하고 D씨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할까.

건물부지는 D씨의 소유이고 A씨가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점유할 정당한 권한이 없는 한(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씨는 가게에서 퇴거할 의무가 있다.

다만 상가건물 소유자인 A씨가 건물부지 전체를 점유하는 자이므로 건물 중 일부를 임차한 C씨는 그 한도 내에서 토지소유자인 D씨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7809판결 참조).

대신 상가를 가진 A씨는 현실적으로 그 건물이나 부지를 점거하고 있지 않더라도 건물 소유를 위해 그 부지를 점유한다고 봐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 소유 그 자체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토지 소유자 D씨의 재산으로 토지의 차임에 상당하는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D씨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주었다고 봐 이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있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8다2389; 2009. 9. 10. 선고 2009다28462 판결 참조).

C씨는 가게 인도시까지 A씨에 대해 임대차계약상 차임 내지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있고 또 A씨는 임대차계약기간까지 가게를 사용할 수 있게 할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를 C씨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7809판결 참조).

서민이 전 재산을 들여 가게를 운영하려고 상가를 임차했다가 토지와 건물의 소유관계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아 가게 투자금도 못받고 쫓겨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게를 임차할 때엔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아 토지와 건물의 권리관계에 관한 설명을 듣고 관련 자료를 자세히 살핀 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개사의 도움 없이 본인이 직접 임차할 경우에는 더 주의해 법정 시세보다 싸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임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